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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뉴프레임] 고환율 막기보다 속도 조절…달라진 당국 공식

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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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개입 교훈도…"대외 충격 시 실개입 실효성 떨어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했지만 외환당국은 과거처럼 환율 레벨 자체를 급하게 되돌리려는 모습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 상승이 외화 부족이나 금융 불안보다는 외국인 리밸런싱과 글로벌 자금 이동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당국 역시 일정 수준의 고환율 흐름은 수용하는 분위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최근 외환당국이 5개월 만에 구두개입에 나서며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한 경계 메시지를 내놨지만 대외 변수에 따른 상승 흐름 자체를 적극적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은 제한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거주자 외화예금이 여전히 1천억달러를 웃돌고 FX스와프 시장 역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면서 외화 유동성 불안 조짐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예전처럼 달러 숏티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은 아니"라며 "시장 참가자들이 이제 1,500원대 환율에 익숙해졌고 오히려 1,400원 아래로 빠르게 내릴 경우 시장이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3高, 성공의 비용"…달라진 정책당국 인식

정책 당국 안팎에서도 최근 환율 상승을 단순 위기 신호로 보기보다는 글로벌 자금 이동 확대 과정의 결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른바 '3고 현상(고금리·고물가·고환율)'을 언급하며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원화 약세는 외화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며 "외국인 보유 국내 주식 평가액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일부 차익실현 과정에서 환전 수요가 확대되며 환율이 상승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외국인 주식 매도와 환율 상승의 연관성을 직접 언급했다.

전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외환시장 관련해서 지금 1,500원이 넘었다"며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아서 달러로 바꿔 나가는 수요 때문인 것 같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국 주식시장이 크게 오르면서 외국인 보유 주식 평가액도 많이 늘어났다"며 "결국 비중 조절 차원의 리밸런싱 과정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구 부총리는 "최근 주가 상승으로 외국인 보유 한국 자산 평가액이 크게 늘어났다"며 "상반기 중 약 110조원 규모를 리밸런싱하는 과정에서 환전 수요가 증가했고 그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발언들이 최근 정책당국의 인식 변화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처럼 환율 숫자 자체보다는 자금 흐름과 변동성, 외환시장 기능 유지에 정책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다.

◇ 신현송式 "레벨보다 변동성"…금통위 주목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역시 최근 환율 레벨 자체보다 변동성과 쏠림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시장은 총재 취임 이후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는 오는 28일 신 총재가 환율 레벨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할 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 사이에선 이미 달러-원 1,500원대를 일정 부분 '뉴노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과거처럼 1,500원 자체를 절대적 위기 레벨로 보는 분위기는 많이 약해졌다"며 "대외 충격에 따른 움직임이라면 당국도 일정 부분 시장 흐름을 받아들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율 수준 자체에 대한 경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환율 장기화가 수입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고 외국인 자금 이동 확대 시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외환당국의 공동 구두개입이 달러-원 환율이 1,520원선을 웃돌기 직전 나온 점도 여전히 '빅 피겨(big figure)' 단위의 레벨 부담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C외국계은행 스와프딜러는 "당국이 과거보다 환율 레벨 자체에는 덜 민감해진 것은 맞지만 속도가 빨라지거나 한 방향 쏠림이 심해질 경우 대응 강도는 언제든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A은행 딜러도 "지난 연휴 기간 중 달러-원이 장중 1,520원을 위협하면서 당국 개입 경계감이 강화됐다"며 "이후 미국과 이란 협상 관련 뉴스가 나오고 국제유가도 다소 하락하면서 분위기 자체는 이전보다 안정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금통위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시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메시지가 나오는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日처럼 비용만 커질 수도…"개입시 외국인만 유리"

한편 시장에서는 일본 사례처럼 대외 충격에 따른 환율 흐름을 무리하게 되돌리려 할 경우 해외 세력에 환차익 기회를 주게 돼 정책 비용만 커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일본 외환당국은 지난달 30일 달러-엔 환율이 160.721엔까지 오른 이후 이달 초까지 수차례 대규모 외환시장 실개입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약 10조엔(약 700억달러) 규모의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엔 환율은 개입 직후 155엔선까지 밀렸다가 다시 157엔대로 상승하는 등 엔화 약세 흐름 자체를 되돌리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 또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환율 상승이 외국인 주식 매도와 자금 유출 영향이 컸다며 외환시장 개입 실효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익실현 과정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국면에서는 환율을 낮추기 위한 시장 개입은 결과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만 더 이익을 보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중동 전쟁 발발 직후에는 고환율이 전쟁이라는 명확한 원인에 기반한 현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최근 고환율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코스피 8,000선과 반도체 수출 호조 등 긍정적인 경제 흐름도 함께 나타나면서 시장의 시각이 달라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외환 당국이 최근 대규모로 개입했지만 고유가와 글로벌 금리 상승 환경에서는 환율 개입의 실효성이 제한된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D시중은행 스와프딜러 또한 "과거처럼 금리 인하 국면에서의 고환율이었다면 당국 부담도 더 컸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 기대까지 반영되는 상황"이라며 "환율 측면에서 당국이 예전만큼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상수지가 좋고 국민연금도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까지 외국인 주식 매도와 관련한 환전 수요가 컸는데 굳이 당국이 나서서 환율 레벨 자체를 낮추는 데 집착할 유인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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