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대안신용평가 발목 잡는 금융당국…RWA 낡은 규제 '고수'

26.05.27.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정부가 금융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모델 도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당국은 은행 위험가중자산(RWA) 산출시 오래된 규제모형 등급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새로운 신용평가모델로 대출 문턱을 낮춰도, 자본비율은 여전히 옛 기준으로 위험을 계산되면서 금융당국이 대안신용평가 도입을 오히려 발목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모델 활용방법을 검토하면서 건전성 관리 체계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의 신용평가모형은 전략모형과 규제모형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전략모형은 은행이 차주의 상환 가능성과 대출 취급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되지만, RWA 산출에는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은 규제모형이 적용된다.

현재 우량 차주 중심의 대출과 위험값 산정 환경에서는 두 모형 간 괴리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전통적 신용등급 체계에서는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대출 가능성이 커지고, 부도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규제모형의 작동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등급이 높을수록 실측부도율이 낮게 나타나고, 위험값도 이에 맞춰 산출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두 모형 사이에 대안신용평가가 끼어든 현 상황이다. 은행이 대안신용평가로 차주의 상환 가능성을 새롭게 판단하더라도, 이 판단이 RWA 산출에 쓰이는 규제모형 등급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예컨대 기존 신용평가모형에서는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낮은 등급을 받은 차주라도, 통신요금 납부 이력이나 결제 패턴 등 대안정보를 활용하면 상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수 있다. 은행은 이를 근거로 대출을 승인할 수 있지만, RWA 산출 단계에서는 이 차주가 여전히 기존 규제모형의 등급 체계 안에서 평가된다. 당연히 부도율이 높은, 위험 차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즉 은행 입장에서는 대안신용평가로 '빌려줘도 되는 차주'를 더 정교하게 가려냈더라도, 자본비율 산식에서는 그 개선 효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셈이다.

대안신용평가 활용도가 높은 인터넷전문은행도 상황은 같다. 인터넷은행들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해 왔지만, 이를 RWA 산출에 직접 연결되는 내부모형으로 승인받지는 못한 상태다. 대안신용평가가 여신심사 단계에서는 활용되더라도, 자본비율 산출 체계와는 분리된 셈이다.

대안신용평가를 규제모형에 반영하기 어려운 이유는 감독당국의 승인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규제모형은 은행의 건전성 감독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감독당국은 모형의 등급별 부도율이 일관되게 서열화되어있는지를 살핀다. 모형의 변수가 등급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도 살핀다. 5년 이상의 데이터도 필요하다.

이는 은행권의 포용금융 확대 유인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일반적으로 기존 규제모형상 높은 위험값이 적용되는 만큼, 취급 규모가 늘어날수록 RWA 부담도 커진다. 대안신용평가가 차주의 상환 가능성을 더 정교하게 가려냈더라도 이 효과가 자본비율 산식에 반영되지 않으면, 은행은 자본 부담을 감수한 채 대출만 늘려야 하는 구조에 놓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략모형에서 5년 이상 활용된 머신러닝 모형도 금감원의 규제모형 승인을 받기에는 아직 설명 가능성 측면의 한계가 크다"며 "포용금융이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으려면 대안신용평가의 기조가 규제모형에 녹아들 수 있도록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박경은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