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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3차 세미나서도 '평행선'…전면 금지 vs 기업 자율에 맡겨야

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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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위원회 독립성 담보 안 돼 vs 법적 근거 없는 규제, 현실과 괴리

거래소 "7월 시행 목표…의견 좁혀가는 느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자회사 중복상장(쪼개기 상장) 제도개선을 둘러싼 자본시장 참여자 간 입장 차이가 3차 의견수렴 세미나에서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기관투자자들이 '예외 없는 금지'와 소수주주 다수결(MoM) 필요성을 주장한 반면, 기업계와 IB 업계는 "법적 근거도 없는 규제를 경직적으로 강제해선 안 된다"며 이사회 중심의 자율적 틀을 요구했다.

특히 VC·PE 등 모험자본 업계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예외 조항이 없을 경우 엑시트(자금 회수) 시장이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거래소는 27일 오전 여의도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학계와 법조계, 기관투자자, IB, VC·PE, 기업 관계자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예고한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침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투자자 "특별위 실효성 의문…전면 금지·인적 분할이 답"

투자자 측은 지난 2차 세미나에 이어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임성윤 달튼인베스트먼트 한국 대표는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이라며 "디스카운트율이 50~80%에 달하고 장기간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 충실 의무가 도입됐음에도 제3 전문기관이 산정한 공정가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제시하는 사례가 있다"며 모회사 특별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소송은 비용·시간이 많이 들고 한국은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도 없어, MoM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지난 20년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9.4배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늘었지만 코스피 지수는 5.6배 오르는 데 그쳤다"며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의장은 "인적 분할을 단행하면 깔끔하게 해결되는데 굳이 중복상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불가피하게 상장해야 한다면 IPO 후 잔여 지분을 모회사 주주에게 전량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예외·기존 투자 보호 절실…기업 자율 존중해야"

반면 발행시장과 기업 측은 획일적인 규제 도입에 우려를 표했다.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중소·벤처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이사회나 특별위원회를 온전히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며 예외 조항이나 유예 기간 도입을 요청했다.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순수 지주회사의 상장에 대해 "기존 사업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차별화된 접근을 제안했다. 아울러 "제도 시행 이전의 기존 투자 건에 대해서는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태식 NH투자증권 본부장은 한국 대기업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다. 왕 본부장은 "국내 대기업 지주회사는 과거 정부 정책에 따라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조성된 '순수 지주회사'가 대다수라 자체 투자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을 유연하게 고려할 수 있는 열린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도입된 소액주주 간담회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참석 주주가 극소수이고, 목소리 큰 소수 플레이어가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규제의 법적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았다. 정 부회장은 "MoM이나 3% 의결권 제한, 특별결의 등은 현행법상 근거가 전혀 없어 기업이 위반해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2월 법무부 가이드라인조차 MoM 방식을 권유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며 "일본처럼 기업이 자율적으로 중복상장을 해소할 수 있는 틀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학계·법조계 "특별위는 공감, 주주 동의는 신중"

학계와 법조계는 모회사 이사회의 책임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주주 동의 절차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병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위원회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반 주주의 전문성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굳이 도입한다면 3% 룰을 적용한 일반결의가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공시 시점은 자회사 상장 일정과 부합해야 하며, 해외 상장 시 나스닥의 컨피덴셜 파일링(Confidential Filing·비공개 심사 청구) 등 현지 규제와의 정합성도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사회, 특별위원회, 주총 동의를 모두 요구하는 것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라며 "열거주의보다는 예시주의로 규정을 정해 개별 케이스별로 거래소와 재량껏 논의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이렇게까지 많은 공청회와 의견 수렴을 거친 전례가 없을 만큼 무거운 사안"이라며 "주주의 실질적 보호에 방점을 두고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상무는 "이르면 7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양측의 이견이 조금씩 좁혀지는 분위기"라면서도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연합인포맥스 촬영]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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