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안 철 수] 2025.8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전략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현지 브로커리지 시장 공략에 집중했던 흐름이 최근에는 미국·홍콩 중심의 글로벌 자본시장 공략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해외 현지법인 당기순이익은 4억5천580만달러(약 6천540억원)로 전년보다 67.8% 급증했다.
특히 대부분의 수익은 미국·홍콩·베트남 등 13개 국가에서 거뒀다. 일본과 중국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표면적으로는 해외 실적 개선이지만, 그 이면에는 국내 증권업의 구조 변화 시그널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과거 해외 진출이 '현지 고객 확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돈의 흐름' 자체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만 4개의 현지법인이 새롭게 문을 열고, 홍콩에도 3개 현지법인이 신설된 것만 봐도 이같은 흐름은 추세로 자리잡았다.
반면 과거 한국 증권사들의 핵심 진출지였던 동남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신규 확대 속도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는 한국 증권사 해외 전략의 무게중심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2010년대 한국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키워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였다.
당시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현지 증권사 인수와 리테일 브로커리지 사업 확대에 집중했다.
고성장하는 동남아 개인 투자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돈 흐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I와 반도체, 빅테크, 상장지수펀드(ETF), 사모시장, 비상장 투자 중심의 자금 흐름이 미국으로 집중되며 글로벌 자본시장 자체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증권사 미국·홍콩 법인 역시 이 같은 변화 흐름 속에서 역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해외 법인이 현지 고객 대상 브로커리지 영업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딜 소싱, 대체투자 연결 플랫폼 역할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움직임은 이런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뉴욕 투자법인과 홍콩 투자법인 등을 잇따라 확대하며 글로벌 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는 쉐어칸 인수 이후 현지 플랫폼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스페이스X 투자 참여 역시 단순 투자보다 글로벌 비상장 딜 접근권 확보라는 측면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뉴욕 IB 법인 등을 통해 미국 크레딧 시장과 글로벌 대체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나섰다.
동남아가 '현지 고객'을 확보하는 시장이었다면 미국과 홍콩은 '글로벌 돈의 흐름' 자체에 접근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과 홍콩 법인들은 단순 브로커리지보다 IB나 대체투자, 비상장 딜, 패밀리오피스, 헤지펀드 네트워크 등 자본시장 중심 수익 구조 비중이 훨씬 높다.
수익의 단가 자체가 다른 셈이다.
특히 최근 미국 증시 호황이 AI와 빅테크, ETF 자금 유입 중심으로 이어지며 국내 증권사 미국법인들도 투자와 딜 주선, 자산운용 부문에서 수혜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역시 중국과 글로벌 달러 자금이 교차하는 아시아 금융 허브 역할을 이어가며 구조화 금융과 글로벌 투자 연결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증권업의 '월가화'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 국내 증권업이 위탁매매 수수료 중심 산업이었다면 앞으로는 누가 글로벌 딜 접근권과 해외 자본 네트워크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외 진출이 현지 브로커리지 사업 확대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글로벌 자산과 딜을 연결하는 플랫폼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미국과 홍콩 실적이 좋아지는 건 결국 한국 증권사들이 글로벌 자본시장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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