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금융감독원이 국제결제은행(BIS)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규제이행평가를 앞두고 은행 레버리지비율 산정 기준 정비에 나선다.
단순한 문구 수정 수준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의 감독 재량권과 익스포저 산정 방식, 공시 체계까지 국제 기준에 맞춰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예고했다.
금감원은 개정 배경으로 오는 6월까지 예정된 BCBS 규제이행평가를 제시했다. 현행 세칙에 바젤Ⅲ 레버리지비율 기준서 내용을 보다 명확히 반영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이유에서다.
레버리지비율은 은행의 기본자본을 총위험노출액(익스포저)으로 나눈 건전성 지표다.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달리 자산 위험도를 따지지 않고 단순 총량 기준으로 자본 적정성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금융위기 이후 대표적인 '과도한 레버리지 억제 장치'로 자리 잡았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 지급준비금을 익스포저 산정 대상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할 수 있는 근거를 명문화한 부분이다.
통상 은행들이 한국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은 사실상 위험이 거의 없는 자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현행 레버리지비율 체계에서는 이 역시 익스포저에 포함되기 때문에 유동성이 급증하는 위기 국면에서는 은행의 레버리지비율이 기계적으로 하락하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감독당국은 중앙은행 예치금을 한시적으로 레버리지비율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은행권의 자본 부담을 완화한 바 있다.
금감원 역시 이번 개정을 통해 유사시 감독 재량권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감독당국은 동시에 최소 준수비율 상향 조정 권한도 함께 명시했다. 중앙은행 준비금 제외로 레버리지비율이 상승하더라도 감독당국이 필요시 최소 규제 수준 자체를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왜곡은 완화하되, 레버리지 규율 자체를 느슨하게 풀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익스포저 산정 방식도 일부 보수적으로 조정된다.
개정안은 계열사 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캐시풀링 거래와 관련해 개별 고객 계좌 잔액이 단일 계정으로 이동하는 주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감독당국이 판단할 경우 계좌 상계를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형식상 통합 계좌 구조만 갖춘 뒤 실제 자금 이동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 익스포저 축소 효과를 과도하게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신용파생상품 관련 익스포저 계산 기준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동일 준거자산에 대한 신용파생 매입 포지션으로 매도 익스포저를 상계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매입 측 유효명목금액에도 공정가치 변동분을 반영하도록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헤지 거래를 통한 위험 경감 효과는 인정하되 지나친 익스포저 축소는 제한하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공시 항목도 확대된다.
금감원은 중앙은행 준비금 제외 효과를 반영한 레버리지비율과 증권금융거래 관련 자산 평균값 반영 여부 등을 별도로 공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은 은행의 레버리지비율이 실제 자본 여력 개선에 따른 것인지, 감독상 특례 효과에 따른 것인지 보다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개정을 단순한 규정 정비를 넘어 향후 위기 국면에서의 감독 대응 원칙을 사전에 명확히 하는 작업으로 보고 있다.
중앙은행 유동성 공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은행의 실제 건전성과 무관하게 레버리지비율이 하락할 수 있는 만큼, 감독당국이 일정 부분 재량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제도화했다는 평가다.
개정안은 오는 6월 말 기준 레버리지비율 산출·공시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개정은 BCBS 규제이행평가 과정에서 국제 기준 반영 필요성이 제기된 사항들을 국내 규정에 명확히 반영하는 차원"이라며 "위기 상황에서의 감독 재량권과 공시 체계 등을 국제 기준에 맞춰 정비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촬영 안 철 수] 2026.2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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