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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표의 궁변통구] 눈 가리고 아웅

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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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아웅을 찾아보면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가 손을 떼면서 어린아이를 어르는 소리를 가리키는 단어다. "우르르 까꿍"하는 것과 같은 행위다.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할 때는 더없이 사랑스럽지만 상대방이 더는 아웅을 즐거워할 나이가 아니라면 모욕감을 느낀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냐 뭐하는 거냐"라는 날 선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을 다루며 배운 것 중의 하나는 공급이라는 단어를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인허가도 공급이고 착공도 공급이고 준공도 공급이다. 관료 입장에서는 그렇다. 국민 입장에서 공급은 준공 하나밖에 없는데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주택공급이 우려된다면서 대폭 늘리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인허가를 늘렸다. 주택공급을 계획, 실행, 완료 등 세 단계로 나눠서 말한다면 인허가는 계획에 해당한다. 하다가 취소할 수도 있고 천천히 할 수도 있고 이걸 줄이면 문제가 되겠지만 늘린다고 해도 당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공급은 착공으로 바뀌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공급이 아니다. 착공에 들어가더라도 공기가 늘어날 수 있고 또 다락같이 오른 물가를 상대하느라 들어간 비용으로 "공사비를 더 내라, 못 낸다" 시비가 붙을 수 있다. 그래서 다 짓고도 못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면 그나마 착공이라도 늘었는가. 지난해 9월 7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제시한 착공목표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서울 6만7천호 등 수도권 27만호였다.

정부 주택착공 목표 대비 3월 누적 실적

[출처: 국토교통부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AI생성 이미지]

그런데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 착공실적을 보면 올해 3월까지 누적으로 서울에서 5천11호가 착공됐고 인천, 경기를 모두 포함해도 2만204호밖에 되지 않는다. 더 놀라운 부분은 공공부문 실적이다. 서울 537호, 경기 1천146호, 인천 0호다. 9·7대책에서 공개한 올해 착공 예정이었던 수도권 공공택지 물량이 3만7천500호인데 이 물량의 10%도 짓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기존 물량에서 1만5천100호를 더 짓겠다고 했는데 현실은 기존 물량도 버거워 보인다.

정부는 작년 9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100% 직접 시행 전환, 공공택지 용적률 제고, 보상 등 택지개발 속도제고 등 조치를 통해 2030년까지 12만1천호를 추가 착공하겠다고 했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신뢰하기 어려운 목표다. 이를 실행할 LH 수장이 수개월째 공백인 점도 그렇다.

국민 입장에서는 가짜 공급인 착공이 목표치를 한참 밑도는 사이, 실제 공급인 준공은 어떻게 됐는가. 3월까지 서울 입주 주택은 7천381호로 전년 대비 29.8%가 줄었다. 인천은 3천338호로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고 경기는 1만7천641호로 34%가 감소했다. 여기서도 감소의 주역은 공공이다. 서울은 공공부문 감소폭이 74%로 민간 감소 19.6%의 세배를 넘었고 인천은 공공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으며 경기 역시 공공 감소폭이 63.5%로 민간 감소폭 27.5%의 두 배를 넘었다.

올해 1분기 누적 서울 수도권 주택준공실적

[출처: 국토교통부 자료를 바탕으로 한 AI생성이미지]

공급가뭄이 이어지는 동안 실거주를 유도하는 주택규제정책도 임대차 시장에 일대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이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주요 인사들은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도 보유 주택을 시장에서 매각하거나 실거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가 실거주를 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산술적으로는 임차인 1명, 임대인 1명이 사라지니 제로섬(zero sum)이 된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을 전혀 모르는 소리다. 부동산은 움직일 수 없기에 부동산이다. 비거주 1주택자가 살던 지역에서는 임차인이 1명 사라지고 그가 보유한 주택지에서는 임대물건 1개가 사라진다. 부동산은 지역별로 살펴봐야 하므로 살던 곳에서는 임대주택 1곳이 늘고 세를 줬던 곳에서는 임대주택 1곳이 줄어든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지역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기에서 임대물건이 1개 사라지게 되면 추가 공급이 없는 한 임대료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실거주 중심의 주택규제를 하려면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행해야 임대료 급등의 부작용 없이 의도했던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처럼 공공부문이 주택공급은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실거주 중심의 주택규제를 시행하면 가뜩이나 부족한 주택을 둘러싼 전월세 등 임대료 경쟁이 벌어지고 다락같이 오른 임대료는 다시 집값을 올리는 연료가 되어 주택시장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집값은 투기세력이 올리기도 하지만 무능한 정부가 올리기도 한다. 지금 집값이 누구 때문에 올라가고 있는가.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했던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성찰하기 바란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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