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非반도체 분사론에 메모리·非메모리 분할론도
과거엔 지주회사·사업회사 전환 요구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지법 청사 앞에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집행부가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중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5.26 stop@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삼성전자 내부에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동자 간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분사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글로벌 시가총액 11위인 공룡기업 삼성전자를 분할하거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는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임금협상 후폭풍으로 쪼개진 DX·DS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노노갈등은 올해 임금협상을 전후로 극심해진 상황이다. 메모리 초호황으로 DS(반도체) 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대규모 성과급을 챙기게 됐으나 DX(완제품) 부문 직원들은 소외된 상태다.
실제로 전날 종료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투표 결과, DS 부문 조합원 중심인 초기업노동조합(이하 초기업노조)의 찬성률은 80.6%에 달했지만, 상대적으로 DX 부문 조합원이 많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의 찬성률은 21.1%에 그쳤다. 의견 충돌로 공동교섭단을 탈퇴한 DX 부문 중심인 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동행노조)의 자체 투표에서는 찬성률이 1%에 그쳤다.
DX 부문을 중심으로 한 2026년 임금협약 반대 기류가 투표를 통해 증명된 셈이다. 동행노조는 지난 26일 수원지방법원에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절차 중지 등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앞서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노조 내부 소통방에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 고민을 해보자. 전삼노, 동행 좀 너무한다. DX 솔직히 못 해 먹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DX·DS 나눈다면 인적분할 가능성
메모리 호황의 과실 분배가 집안싸움으로 이어지자 서로 수익구조가 다른 부문을 하나의 회사에 묶어둬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과거 삼성전자는 모바일·가전 등 완제품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면서 포트폴리오 효과를 누렸다. 반도체 불황 때에는 모바일·가전 등이 돈을 벌어다 주고, 모바일 등이 부진할 때 반도체가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 하지만 인공지능(AI)발 메모리 초호황으로 메모리 사업부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과를 냈고, 노사 합의로 특별경영성과급이 책정되자 기존의 임금체계 안에서 DX와 DS 부문 직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어려워졌다.
만약 수뇌부가 두 부문을 분할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인적분할이다. 물적분할은 핵심 사업부 이탈로 인한 일반주주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DS와 DX를 인적분할하는 경우 주주는 나눠진 두 회사의 주식을 지분율대로 똑같이 배정받는다. 다만 삼성전자가 당장에 두 부문을 나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두 부문이 업황에 따라 수익을 방어해주고, 한 지붕 아래 시너지를 내는 점을 고려해서다. 삼성전자 모바일폰에 들어가는 일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경우 시스템LSI가 설계하고,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구조다. 모바일용 메모리도 자체적으로 수급하며 스마트폰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DS에서 파운드리 떼는 시나리오도
DS 부문 내부에서도 메모리 사업부와 경영지원 기능 등을 맡은 공통 조직에 대한 불만이 관찰됐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와 시스템LSI(설계) 사업부가 적자라는 이유로 작은 성과급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한 비(非)메모리 사업부 관계자는 "박사까지 끝내고 입사했는데, 공통 조직에 속한 예비군 동대장보다 훨씬 적은 성과급을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DS 부문에서 하나의 사업부가 떨어져 나온다면 파운드리일 가능성이 크다. 파운드리는 엔비디아·퀄컴 같은 팹리스(설계) 업체가 맡긴 설계도에 따라 칩을 생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1위인 대만 TSMC를 좀처럼 추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TSMC의 시장 점유율은 약 70%로, 약 7%로 2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1년 전보다 더 벌렸다. TSMC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사업구조도 삼성전자보다 유리하다고 평가받는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 기조 아래 위탁생산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 비즈니스도 영위하기에 팹리스 고객사와 경쟁하는 구도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증권가에서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한 뒤 미국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경우 지난 2024년에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DS 부문 내 적자사업부인 파운드리가 흑자사업부인 메모리와 함께 묶여야 재무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메모리의 대규모 흑자로 파운드리의 적자를 메우고, 추가적인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과거엔 지주회사·사업회사로 분할 요구
2016년에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 바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했었다.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자사주 의결권 부활→삼성전자 홀딩스와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오너 등이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로 출자하고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으면 오너의 지배력이 강화된다. 이른바 주식 스와프로 불리는 과정이다. 또 인적분할 때 지주회사에 자사주를 할당하면 지주회사도 사업회사 지분을 가지게 되면서 의결권이 생긴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을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결합하면 오너 지배력은 한층 더 견고해진다.
주식 스와프를 통한 또 다른 지배구조 개편 아이디어는 2024년에 나왔다. 당시 일본계 증권사 다이와캐피탈마켓은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한 틈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해 11월 14일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30조1천억 원으로 줄었고,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가 29조3천억 원으로 늘었기에 삼성생명·삼성화재와 삼성물산이 각자의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맞교환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었다.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율을 늘리고, 진정한 지주회사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게 다이와캐피탈마켓의 의견이었다. 다만 이 구상은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오른 현시점에서는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론과 분사론 등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증권사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적극적인 중재로 성사된 삼성전자 노사 임금합의와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연결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정부의 요청에 응했을 것이라며 "현재 지배구조 개선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정부의 요청에 응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 여러 요청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ytseo@yna.co.kr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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