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법인차량 90대·300억원 규모…탈루혐의 3천억원 규모
가상자산 채굴기 200억 무상대여·180억 빌딩 편법증여도 포착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법인 명의 슈퍼카를 사적으로 굴리고, 회삿돈으로 사주 일가의 호화생활을 뒷받침한 법인들이 무더기로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연두색 번호판 도입에도 고가 법인차량을 둘러싼 변칙적 탈세가 계속되자 과세당국이 슈퍼카 사적 사용과 법인자금 유출, 편법 증여 혐의를 한꺼번에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국세청은 28일 법인 소유 차량 사적 사용 혐의 등이 있는 법인 19곳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2020년에도 법인 명의 슈퍼카 사적 사용과 세금 탈루 혐의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지만,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슈퍼카와 명품 쇼핑, 호화 여행 등을 과시하고 광고·협찬 수익까지 얻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봤다.
정부는 고가 법인차량을 이용한 변칙적 탈세를 막기 위해 지난 2016년 전용보험 가입과 운행기록부 작성을 의무화하고, 2024년부터는 8천만원 이상 법인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했다.
그러나 1억원 이상 법인등록 차량은 지난 2023년 5만1천542대에서 2024년 3만3천960대로 줄었다가, 지난해 3만9천429대로 다시 증가했다.
연두색 번호판이 오히려 '부의 상징'처럼 인식되면서 법인의 고가 차량 구매가 재차 늘어난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 법인들이 보유한 고가 차량은 총 90대, 약 300억원 규모다.
이들 법인의 전체 탈루혐의 금액은 고가 차량을 비롯해 약 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은 이들 법인에서 법인자금을 이용한 사주 일가의 호화·사치 생활, 변칙적 회계처리와 거래를 통한 법인자금 유출, 사주 자녀에 대한 편법 증여 혐의를 포착했다.
탈루 방식은 한층 교묘해졌다.
일부 법인은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기 위해 8천만원 이상 차량을 취득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득가액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고가 슈퍼카를 업무용으로 신고한 뒤 사주 자녀가 유흥주점과 클럽, 골프장 등에서 사적으로 사용하고 운행기록부를 조작한 사례도 적발됐다.
사주에게 차량을 무상 이전하고도 법인자산으로 허위 기재한 경우도 포착됐다.
[출처 : 국세청]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A제조업체는 시세 3억원 이상 슈퍼카 6대를 포함해 외제차 45대를 법인 명의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A업체 사주는 법인자금으로 고가 슈퍼카를 구입해 업무와 무관하게 회사 내 전시용으로 사용하고, 고급 룸살롱에서 유흥비 약 15억원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60억원 규모의 고액 급여를 과다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에 가상자산 채굴기 취득자금 약 200억원을 무상 대여하고, 사주 일가 명의 해외계좌에 약 170억원 상당의 현금을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포착됐다.
B 건설업체는 사주 자녀의 해외 유학 귀국 시기에 맞춰 약 3억원 상당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추가 취득해 자녀가 사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녀는 자금 동원 능력이 없었음에도 약 180억원 상당의 빌딩을 사주와 공동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 취득자금 약 50억원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건축 관련 제조·판매업체인 C는 6억원 상당의 슈퍼카 3대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슈퍼카를 저가 양도하고, 기존 거래처와의 직접 거래를 중단한 뒤 자녀 법인을 거래 단계에 끼워 넣어 약 10억원의 통행세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C업체 사주는 고급 주택의 인테리어 비용 약 10억원을 회삿돈으로 결제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들에 합당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일시보관, 금융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매출 축소나 법인자금 유출을 위해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증빙을 조작하는 등 고의적인 세금 포탈 행위가 확인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법인들의 그릇된 인식과 불법적 관행이 방치된다면 국민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며 "법인의 편법·탈법 행위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jhpark6@yna.co.kr
박준형
jhpark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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