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반도체 변수에 동결…장용성·유상대 인상 소수의견
성장·물가 전망 동반 상향…신현송 "갈 길 비교적 명확"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윤시윤 기자 =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중동 사태 추이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 장기화에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공급측 물가 압력이 커졌지만, 2차 가격 효과 등 수요 측 영향을 좀 더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앞서 한은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가운데 점차 신호를 강화하며 시장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도도 녹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지난해까지 이어진 금리 인하 사이클은 외부적 충격과 경제 여건에 따라 금리 인상 사이클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 견해"라고 언급했다.
이후 채권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공개되는 점도표 또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인상 신호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물가상승 압력은 증대된 반면 성장세는 우려와 달리 예상보다 확대됐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사태 전개 및 파급영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중동사태의 추이와 성장·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장용성·유상대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 동결 이어갔지만…가파른 성장세에 인상 제약 요인 약화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세가 상당히 가파른 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언급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당초 약한 성장세가 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1분기 GDP 증가율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성장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졌다.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전 분기 대비 1.7%를 나타냈다. 분기 기준으로 직전 최고치인 지난 2020년 3분기 2.2% 성장한 이후 가장 큰 폭 상승한 것으로 지난해 4분기 0.2% 마이너스 성장한 데서 상승 전환한 셈이다.
한은은 반도체 수요 확대에 수출이 큰 폭 증가하고 소득·자산(주식) 여건 개선과 심리 호조를 기반으로 소비 회복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후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가 종전 기대에 반등하는 등 경기 개선 흐름이 지속했다.
신 총재는 모두발언에서 "올해 성장률은 2월 전망치 2.0%를 크게 상회하는 2.6%로 전망했다"며 "중동전쟁이 올해 성장률을 0.4%포인트 정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경기와 이에 따른 IT 수출 확대가 성장률을 0.7%포인트 정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 추경과 증시 호황도 소비와 투자 증가 등을 통해 성장을 각각 0.2%포인트와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 치솟는 물가와 금융안정 우려…향후 금리인상 필요한 이유
무엇보다 물가가 인플레 목표를 웃돌면서 금통위의 경계감을 키웠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6% 올랐는데, 한은에서는 5월 오름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4월 2.9% 급등해 우려를 키웠다. 체감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생활물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 총재는 "현재 물가 추이를 봤을 때 계속 물가 상방 압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2.4%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신 총재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점차 석유류 이외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파급되고 경기 개선세가 지속되면서 수요 압력도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과 관련 달러-원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서울 지역 중심으로 일부 아파트 가격이 오른 점도 금리인상 필요성을 키운 요인이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 1,500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동 전쟁 직전 환율이 1,426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금통위의 경계감을 키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평균 0.31% 올랐다. 3주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됐다.
다만 종전 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큰 점을 고려해 한은은 인상 시기로 언제가 최적일지 저울질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 이후 내달 12일 한국은행 창립기념사 발표를 통해 더 명확한 신호를 줄 기회가 있다는 점도 인상 시기를 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신 총재는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공급 부족 우려 등으로 전월세 및 매매가격의 오름세가 확대됐고 추가 상승 기대도 다시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종전 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큰 점을 고려해 한은은 인상 시기로 언제가 최적일지 저울질한 것으로 보인다.
신 총재는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면서도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물가상승 압력 확대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 인플레도 최근 반락하면서 한은에 시간을 벌어준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8%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hwroh3@yna.co.kr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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