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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밀어줬다간…" 운용사 과열경쟁, ETF LP 증권사에 '갑질' 논란

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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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앞두고 거래량 관리

LP 증권사 동원, 경쟁사 견제…"거래 끊겠다" 으름장

삼성자산운용 본사

[삼성자산운용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삼성자산운용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앞두고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자(LP)인 증권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동시 상장을 앞두고 복수의 증권사 LP들에 "(상장 후) 경쟁사 상품의 거래량이 KODEX 상품보다 10% 이상 높게 나오면 향후 거래 관계를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요구했다.

삼성운용 ETF의 거래량이 경쟁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밀리지 않도록 각별히 관리하라는 의미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거래량 순위 집계는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주요 투자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운용사들은 상장 초기 자사 ETF를 거래량 최상단에 올리기 위해 사활을 건다.

증권사 LP들은 ETF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운용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ETF는 운용사가 상품을 만들고 여기에 증권사가 LP로 참여해 호가를 대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다.

LP는 매수와 매도 차이에서 기반한 스프레드 수익과 거래량 기반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데, 이 때문에 투자자들 거래량이 집중된 삼성·미래에셋운용과의 거래 유지가 필수적이다. 특히 거래량과 회전율이 높은 레버리지 ETF일수록 LP 수익성이 커서, KODEX 레버리지 ETF의 거래 규모가 압도적이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KODEX 레버리지 ETF는 높은 수익성 때문에 증권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지만, 똑같이 LP로 참여하더라도 증권사마다 할당받는 물량 편차가 크다"며 "배정받는 만큼만 증권사가 추가 설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운용의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는 압박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삼성운용은 거래량뿐 아니라 시딩(Seeding·초기 자금 투자) 규모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다.

증권사들에 "경쟁사 ETF에 대한 시딩을 자제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딩이란 ETF 상장 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증권사 등이 투입해주는 초기 자금을 뜻한다. 경쟁사 상품에는 시딩을 아예 넣지 말거나, 하더라도 자사 대비 압도적으로 작게 넣으라는 요구였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ETF 시장에서 양대 자산운용사의 이른바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과 미래에셋운용은 30여곳에 달하는 증권사 중 LP를 지정하면 되지만 증권사는 대형 운용사와 관계가 끊기면 안정적 수익원을 잃는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LP들을 상대로 삼성운용 측과 미래에셋운용 측이 대치하는 '편 가르기'식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경쟁 운용사 행사나 세미나 일정이 잡힌 날 일부러 증권사와 저녁 자리를 만든다든가, 비공식적으로 특정 운용사와의 관계를 점검하든가 하는 식이다.

증권사 한 LP 업무 담당자는 "사실상 두 운용사가 각 증권사들의 로열티(충성도) 경쟁을 유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라는 '메가히트' 상품을 앞두고 LP들에 대한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단 반응이 나온다. 운용사 요구가 무리하다고 하더라도 응하지 않을 경우 물량 배정 등에서 받는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각사 고심이 깊었다는 전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LP를 형식적으로 유지하더라도 거래 물량을 주지 않거나 설정 청구 자체를 승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증권사별 차별 대우가 심하다"며 "LP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계약을 해지하면 번거롭고 눈에 띄기 때문에 LP로 두고선 할당량을 줄이는 방식이 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반발심리에서 과한 요구를 하는 운용사에서 발을 빼고 상대편과만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도 생겼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화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황이 이렇다 보니 LP들은 두 진영으로 선명하게 갈라진 상태다.

전날 상장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곱버스 ETF의 참여 LP 명단을 보면, 대부분 LP들이 여러 운용사의 ETF에 동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유독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상품에선 참여가 뚜렷하게 갈렸다. 사실상 증권사들이 두 운용사 중 한쪽을 선택하기를 강요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키움증권은 TIGER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는 모두 LP로 참여했지만, KODEX 두 상품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반면 키움은 ACE·RISE·SOL·1Q 등 다른 운용사 ETF에는 LP로 참여했다. BNK투자증권도 TIGER에는 참여했으나 KODEX에서 빠졌고, PLUS·SOL에는 LP로 이름을 올렸다.

KB증권과 IBK투자증권 역시 TIGER에선 LP를 맡았지만 KODEX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대신 RISE·ACE·SOL 상품에는 LP로 들어갔다.

반대로 KODEX에만 참여한 증권사들도 많았다.

대신증권은 KODEX 두 상품에 이름을 올리는 대신 TIGER에선 빠졌다. 대신 PLUS·SOL 상품에는 LP로 참여했다. 하나증권도 비슷하게 대응했다.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 SK증권은 총 운용사 8곳 ETF 중 KODEX에만 참여했다.

증권사들은 운용가 경쟁이 심해질수록 증권업계에 전가되는 부담감이 커진다고 토로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동시 상장되거나 유사상품이 몰리는 '스타 ETF'가 나올 때마다 운용사들 눈치보기 바쁘다"며 "수익원이기 때문에 불만을 쉽게 말하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미 ETF LP들 사이에선 각자 어디 편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라며 "점유율 최상위 사업자가 영향력을 악용해 ETF 규모를 인위적으로 불리는 관행이 굳어지면 투자자 판단도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부에선 자연스러운 경쟁이라는 분석도 있다. ETF 거래량과 호가 경쟁력이 상품 흥행과 직결되는 만큼 우호적인 LP를 우대하는 건 영업의 일종이라는 얘기다.

한편 삼성운용 측은 투자자 혼란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 큰 규모로 시딩했단 설명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올해 신규상장 ETF들에서 호가관리 실패 사례가 여러차례 있었다"며 "역대급 관심이 몰린 단일종목 레버리지 초기 상장 물량과 유동성 공급자 확보는 투자자 대량 매수를 위한 보호장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관계사 의존도가 높은 경쟁사와 달리 다양한 증권사들로부터 시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최대 25개 증권사로부터 시딩을 확보해 호가를 촘촘히 대달라고 요청했을 뿐 압력을 행사한 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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