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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국민배당금 잇는 '초과성과 환원론'…李정부 '분배 재설계' 시동

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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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던 이른바 '사회연대임금' 토론회를 돌연 연기한 것을 두고 단순한 정책 혼선이 아닌, 이재명 정부 경제철학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른 초과세수 활용 논의에서 시작된 '국민배당금(가칭)' 구상에 이어 대기업 초과성과급의 사회적 환원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기존 성장 중심 경제 질서의 분배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9일 관계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당초 내달 1일 개최를 검토했던 사회연대임금 관련 토론회를 잠정 연기했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성과급 사례와 노동시장 양극화를 언급하며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후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원·하청 격차 해소를 주제로 한 긴급 토론회를 준비해왔다.

청와대 역시 김 장관이 '대기업 초과 이익의 사회적 분배'를 언급한 데 대해 "향후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공론화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인 만큼 향후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를 전했다.

하지만 관련 발언이 공개되자 재계와 시장에서는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부가 사실상 민간기업의 임금체계와 성과보상 구조에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특히 '초과이익의 사회적 분배'라는 표현 자체가 기업 이익공유제나 준조세 논리를 연상시킨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결국 노동부는 하루 만에 각계 추가 의견 수렴을 이유로 토론회를 연기했다. 동시에 별도 설명자료를 통해 '기업 이익의 강제 분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논란을 단순 해프닝보다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분배 철학이 처음으로 공개 충돌한 사례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정부 정책 흐름을 보면 성장의 과실과 초과성과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언급한 '국민배당금' 구상이다.

김 실장은 AI 산업 발전으로 생산성과 기업 이익이 폭증할 경우 그 과실이 일부 자본과 플랫폼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고 진단하며, 산업 구조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세수를 국민 전체와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는 금융권 초과이익 환수 논의나, 금융기관의 준공공성 강화 문제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읽힌다. 단순히 사후 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시장 내부에서 발생한 초과성과 자체를 사회적으로 다시 배분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과거 진보 정부의 분배 정책과 결이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증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사후 재분배가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 배분 구조 자체를 손보려는 흐름이 강하기 때문이다. '성장 이후 분배'가 아니라 '성장 과정의 분배'로 정책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AI 산업 확산과 플랫폼 경제 성장으로 특정 기업과 산업에 막대한 초과이윤이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기존 시장 질서만으로는 양극화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부가 문제 삼은 대기업 성과급 논란 역시 이런 맥락 위에 놓여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반도체 호황기 수 천, 수 억원의 성과급이 지급되는 반면, 협력업체와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들은 같은 산업 생태계 안에서도 정반대의 처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를 단순 임금 격차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 문제로 바라보는 기류도 감지된다.

다만 시장의 경계감 역시 만만치 않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초과이익의 기준과 분배 범위를 자의적으로 설정하기 시작하면 기업 경영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약화할 경우 투자와 혁신 유인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무엇을 '초과이익'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도 현실적인 한계로 꼽힌다. 반도체·AI처럼 산업 사이클 변동성이 큰 업종에서는 특정 시기의 고수익만으로 초과성과를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이에 정치권에선 속도 조절론을 꺼내는 모양새다. 정부가 적극재정과 성장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에서 시장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키울 경우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결국 이번 노동부 논란은 단순한 토론회 연기 이상의 의미를 남기게 됐다.

AI와 플랫폼 경제 확산 속에서 초과성과를 사회 전체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또 시장의 자율성과 사회적 형평성 사이에서 어느 지점까지 정부가 개입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성장의 과실 재분배를 넘어 시장 내부의 성과 배분 질서 자체를 바꾸려 하는지, 아니면 사회적 대화 수준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갈지는 향후 노동, 재정, 산업 정책 전반의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현안 관련 발언하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국민주권정부 1년간 이룬 성과와 삼성전자 노사문제 등 노동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6.5.27 utzza@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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