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이 연일 미국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거대한 불투명 지대인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에는 오히려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AI 대전환에 따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몰락과 고금리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사모신용 시장의 부도율이 최대 10%까지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8일(미국 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은 최근 사모신용 시장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며 경고등을 켰다.
사모신용 펀드들은 주로 중소·중견기업들의 대출채권을 담보(CLO)로 자금을 운용하는데 이 담보 자산의 상당수가 최근 AI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프트웨어 섹터'에 집중돼 있다. S&P에 따르면 사모신용 CLO 자산의 19%를 소프트웨어 업종이 차지하고 있다.
이날 세일즈포스(NYS:CRM)가 호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급락한 것은 소프트웨어 업계가 마주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월가에서는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AI 랩들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영역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튜 미시 UBS 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AI 사이클이 초래한 파장 등으로 인해 현재 약 4.4% 수준인 사모신용 부도율이 9~10%까지 유의미하게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위험은 올해 말부터 2027년 초·중반까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성장 둔화, 가격 결정력 상실, 마진 압박, 잇따른 계약 취소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4월 사모신용 연간 부도율이 역대 최고치인 6%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사모신용 펀드들은 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 지급 방식을 변경하는 이른바 '만기 연장 및 수정' 편법과 환매 제한 조치로 버텨왔다.
하지만 거대한 자금 인출 압박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6월의 이데스(파멸의 날)를 조심하라"며 "6월에 정기 환매형 폐쇄형(interval) 펀드에 엄청난 환매 요청이 쏟아질 것이며 이는 시장 불안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특히 이번 사모신용 사태의 충격이 일반 소액 투자자와 은퇴 자금까지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디스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권이 사모신용 시장에 대출해 준 자금만 해도 지난해 기준 3천억 달러에 달한다.
KKR과 골드만삭스, 아폴로, 블랙록, 블랙스톤 등 월가의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리테일 채널과 결합해 일반 개인들의 퇴직연금 계좌에까지 사모신용 상품을 대거 침투시켜 놓은 상태다.
켄터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대형 공공 연금들 역시 이 위험한 자산에 상당한 포지션을 노출하고 있다.
UBS의 매튜 미시 전략가는 사모신용 시장의 부실이 공적 신용(주식·채권) 시장으로 전염될 위험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보험사와 해외 투자자 등 두 시장의 투자자 기반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