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에서 '채권왕'으로 불렸던 빌 그로스는 미국 재정적자 폭증과 패권 약화를 경고하며 현재 30년물 국채 금리 수준인 5.03%도 "비싸다"고 평가했다.
빌 그로스는 2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글로벌 패권(Hegemony)이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으며 인공지능(AI) 열풍을 제외하면 미국의 실질적인 경제 성장동력도 고갈됐다"고 지적했다.
그로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군사적·경제적 패권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자유 무역 ▲지리적 이점 ▲개방된 자본시장을 꼽으며 이러한 기반이 달러화 패권을 낳았고 미국인들이 해외 상품을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미국의 무역 및 재정 적자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할 정도로 악화됐으며 의료보장(헬스케어)과 사회보장 등 의무 지출 비용은 향후 미국 예산안에 수십조 달러의 부담을 지우는 '철퇴(wrecking ball)'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미 의회 예산처(CBO)는 미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2026년 GDP 대비 101%에서 2036년에는 12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 직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인 106%를 뛰어넘는 수치다.
그는 이에 더해 이란 전쟁 비용(국방 당국 추정치 290억 달러 상회 전망)과 고강도 국방비 지출이 지속되면서 미국은 이른바 신용카드의 한도를 한계까지 쓰고 있다며 결국 패권의 필수 조건인 '강달러'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로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간 역행하기 시작한 '자유 무역' 기조와 무차별적 관세 정책도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산업 혁명을 이끌겠다던 관세 폭탄은 쌍둥이 적자(재정·무역 적자)를 전혀 줄이지 못했다고 그는 비판했다.
그로스는 "현재 미국 경제는 AI 중심의 자본 지출을 제외하면 그 어떤 경제 성장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기술 거품 이면에 가려진 펀더멘털의 취약성을 짚었다.
미국의 패권적 영광이 위협받는 대표적 장면은 5월 초 미·중 정상회담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의 면전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아테네 권력의 성장과 이것이 스파르타에 야기한 공포의 결과였다고 경고한 내용이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재정 및 무역 적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 모든 조짐을 포착하고 있다고 빌 그로스는 평가했다.
자유 무역 정책의 역행은 달러 약세로 이어졌으며 교역 가중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DXY)는 지난 18개월 동안 10% 하락했다.
그로스는 현재 약 5.03%인 30년물 명목 국채 금리가 기대 인플레이션에 비해 여전히 비싸다고 평가했다.
특히 실질 금리 지표인 3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2.72%)이 2022년 1월 이후 무려 3%포인트나 급등한 점을 지목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실질 금리를 이만큼 밀어 올렸을 리 없다며 그보다는 미국의 패권 쇠퇴와 미래 정부 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장기 국채의 실질 위험 프리미엄을 끌어올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로스는 기고문 말미에 "중국이 새로운 패권을 꿈꾸고 있지만, 어쩌면 미국과 중국 모두를 대체할 진짜 패권국은 사람이 아닌 'AI'가 될지도 모른다"며 "그것의 미래 주인이 누가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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