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정선영의 마켓산책] 新 졸부의 시대

26.05.29.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시장에서 롤렉스 시계의 리셀 가격표가 회자된 적이 있다. '성공의 상징'으로 인식돼 온 이 유명한 시계 브랜드의 가격은 한정판 제품을 사고파는 2차 시장인 리셀 시장에서도 '희소성'을 인정받으며 고공행진을 펼쳤다.

백화점도 난리다.

해외 유명브랜드 매출이 급증하면서 지난달 주요 백화점의 실적은 급증했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 백화점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했다. 해외 유명브랜드 매출이 38.1% 늘었다.

내 월급만 제자리고, 다른 사람들 급여만 오른 것일까. 갑자기 부자가 많아진 걸까.

이런 현상은 코스피가 8천피를 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반도체 바람을 타고 주식시장은 날아올랐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코스피에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만 사도 수익이 나는 상황이다.

물론 코스피 상승의 이면에는 파란불 일색인 종목들도 많다.

하지만 주식시장에 처음 투자하더라도 일단 삼전닉스만으로 수익이 나는 역대급 불장은 투자자들을 설레게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도 한 몫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전일 집계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25개 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중구 0.41%, 마포구 0.24% 등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성과급만 6억원에서 최대 13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들 기업을 둘러싼 부동산 효과도 더해졌다.

이들 기업의 셔틀버스가 오가는 지역을 지칭하는 이른바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의 부동산 가격이 뛰기도 했다.

그야말로 자산가격 호황이 불러온 졸부의 시대라 하겠다.

그런데 이런 '부의 효과(Wealth effect)', 즉, 자산가치에 따라 소득이 그대로여도 소비가 늘거나 줄어드는 효과가 생각보다 강력하지는 않다고 한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지난 7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김민수 차장, 추성윤 조사역, 곽법준 팀장 공저)' 보고서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패널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주가가 1만원 오를 때 자본이득의 1.3%인 130원 가량이 소비 재원으로 쓰였다.

주식시장 급등으로 자산이 늘어도 소비 여력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 셈이다.

롤렉스 시계 리셀 가격이나 백화점 실적 증가와 같은 핑크빛 장면 뒤에는 여전히 팍팍한 현실이 존재한다.

최근의 자산가격 상승은 이른바 '장부상' 부자를 대거 양산했다.

주식계좌에서 플러스를 기록하는 종목이 있어도 아직 실현된 수익이 아닌 평가이익인 경우가 많다.

일부 주식을 판 돈은 소비보다 부동산 자금으로 쓰였다.

국토교통부 서울 아파트 매수자금 조달계획서에서 주식, 채권을 팔아서 부동산 매입 자금을 조달한 경우가 전년동기대비 400% 가까이 증가했다.

주택 가격이 수억원씩 오른 사람들도 호가가 올랐을 뿐 집을 팔아 목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부의 양극화도 문제다.

자산 가격 상승은 주식과 부동산을 보유한 일부 계층에 집중됐다. 그렇다 보니 실제 소비를 위한 지갑이 열리기는 만만치 않다.

이제 우리나라 시장은 금리 인상기를 눈앞에 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전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일관성 있게 가는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이 문제는 언제 올리느냐,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 어디까지 올리느냐, 세 가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금리인상 예고는 파티가 한창일 때 펀치볼(Punch bowl)을 치우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시사한 셈이다.

이는 '잔칫집' 증시에서 주식 평가이익에 취해있던 투자자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1,500원에 육박하는 달러-원 환율과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물론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대출 축소 가능성에 이어 금리인상 기조에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상황이 되면 모처럼 찾아온 신흥 주식 졸부의 삶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오르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코스피 8천피에 주식으로 번 돈이 그야말로 인생을 바꾸지 못하는, 잠시 스쳐 지나간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증권부장)

syjung@yna.co.kr

정선영

정선영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