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의 외교를 관통하는 단어는 '실용'이다.
이념보다 국익, 진영보다 성과를 앞세운 외교 노선은 출범 초기부터 이어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미중 갈등, 한일 관계 재정립, 한중 관계 복원, 그리고 최근의 중동 전쟁까지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외교의 우선순위를 '관리 가능한 성과'에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이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복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불과 12일 만에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다자 외교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G7 회의 참석을 두고 '계엄으로 멈춰 섰던 정상외교를 복원하는 한편 이재명 정부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첫발을 떼는 현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UN)총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그렇게 이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약 15개국을 방문했고, 45회 이상의 정상회담을 실시하며 정상외교를 회복시켰다.
가장 큰 성과는 단연 관세 협상이 손꼽힌다.
취임과 동시에 맞닥뜨린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압박은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가장 큰 시험대였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과 실무 협상을 병행하며 마스가 프로젝트와 대미투자 등을 조율하며 관세 문제를 일단락했고, 이후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협력 등 안보·산업 의제로까지 논의를 확장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외교가 단순한 동맹 관리에 머물지 않고 경제안보와 산업 전략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일 관계 복원도 실용외교의 대표 사례다.
이 대통령은 일본 정상과 여러 차례 회담을 이어가며 셔틀외교를 재가동했다. 과거사 문제를 완전히 덮지 않되 공급망과 에너지, 첨단산업 협력 등 당장 필요한 실익을 먼저 챙기는 방식도 취했다.
한중 관계 역시 관리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외교 채널을 복원하는 데 공을 들였다.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완전히 기우는 방식보다 사안별 국익을 따지는 접근을 택한 것이다.
지난 1월 방중한 이 대통령이 경주에서 선물받은 샤오미 휴대전화로 시진핑 주석 내외와 '셀카'를 찍은 장면은 한중 관계 복원을 증명하는 백미로 손꼽히기도 했다.
성황리에 마무리 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 실용외교의 압축판이었다.
정부는 미·중·일을 포함한 21개 회원국 합의로 공동문서인 '경주선언'을 채택하며 다자외교 복원의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젠슨황을 비롯한 글로벌 빅샷들이 한국을 찾으며 글로벌 기업 투자 발표와 26만장의 엔비디아 GPU 공급 계획 등 AI 산업 경쟁력 강화 성과도 함께 부각됐다.
여기에 연초 이후 발발한 중동전쟁으로 어려워진 에너지 수급을 해결하고자 강훈식 비서실장이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가를 직접 방문한 것 역시 정부의 실용외교를 직접적으로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물론 과제도 뚜렷하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며 남북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평화공존'을 대북정책 기조로 내세웠지만 남북관계에서는 아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균형외교의 난도 역시 높아졌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경제 관계를 관리하고, 일본과 협력을 확대하면서도 역사 문제를 다뤄야 한다. 중동전쟁과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며 실용외교는 앞으로도 계속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 외교의 방향은 분명했다.
가치와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국익과 성과를 우선했고, 정상외교를 경제안보와 산업전략의 도구로 활용했다. 과거 진영외교 논쟁에서 벗어나 사안별로 실익을 챙기겠다는 접근인 셈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돌이켜보면 관세협상은 통상정책이자 국내 제조업 보호 문제였고, 핵추진잠수함은 안보 현안이자 방산·조선 산업과 연결됐다. APEC 성과 역시 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투자 이슈"라며 "실용외교라는 말이 구호가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으려면 2년 차에는 남북관계와 미중 균형 관리에서 답을 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2026.1.5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yz@yna.co.kr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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