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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지금] 물가 70% 폭등에도 급하지 않은 이란

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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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연합뉴스 사진 제공]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특파원 = 국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의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6.1%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대비 68.9% 폭등할 것으로 추정했다.

IMF의 전망은 미국이 이란 항으로 오가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를 실시하기 전에 나온 숫자다. 해상 봉쇄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원유 수출로 먹고사는 이란의 거시 지표는 IMF의 전망보다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란 내부적으로 위기가 감지된다.

국정을 총괄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최근 연설은 부쩍 경제를 우려하는 내용들로 채워지고 있다. 산유국의 대통령이 물은 물론이고 에너지까지 절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국영 통신사 IRNA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31일(현지시간) "최고 지도자 역시 에너지 소비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전력과 가스, 기타 에너지원 소비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공장) 생산능력 일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생산시설 가동 감소는 소득 감소를 의미하며 경제적 압박 증가와 인플레이션 및 민생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번 여름은 단기적 관리 조치로 넘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향후 몇 개월, 특히 겨울철에 대비한 정밀하고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지금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란은 이미 미국과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많은 투자자는 경제위기와 체제 위기를 동일시한다. 성장률이 무너지고 물가가 폭등하면 결국 정권도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이런 시각에 근거해 경제적 분노라는 최대 압박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정체제인 이란의 현대사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란은 지난 1980년부터 이라크와 8년간 전쟁을 벌였다. 이란은 전쟁이 발발한 지 2년 만에 이라크에 뺏긴 영토를 수복했지만, 당시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휴전을 거부하며 끝까지 싸웠다. 원유 수출이 급감하고 외환이 고갈돼도 총구는 이라크 쪽으로 겨눴다.

8년간 경제적 피해가 누적되며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제기돼서야 유엔(UN) 주도의 휴전안을 수용했다. 호메이니는 이때도 "독배를 마시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 체결 시기도 비슷하다.

2010년부터 이어진 서방의 대대적인 제재에 이란은 원유 수출 감소, 리알화 폭락에 시달렸다. 그러나 협상은 경제위기가 시작되자마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이란은 체제에 위협되지 않는 선까지 버티다가 미국으로부터 17억달러를 챙기고 일부 제재 해제까지 받아내고서야 합의했다.

두 사례 모두 이란은 '몇 년'이나 끌었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버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미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이달 초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료를 인용해 최소 3~4개월은 미국의 해상 봉쇄를 버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장기간 경제적 고통을 견뎌낼 능력이 CIA의 추정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에도 이란은 물자를 아끼면서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 이란 협상단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이날 미국이 이란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한 어떠한 합의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곧" 합의될 것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들어 더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 방영된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서두르면 좋은 합의를 만들 수 없다"면서 "만약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끝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협상가를 두고 "그들은 매우 강인한 협상가들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부연했다.

참고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1월 '이란은 전쟁에서 승리한 적이 없지만, 협상에서 실패한 적 없다!(Iran never won a war, but never lost a negotiation!)'고 평가한 바 있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란과의 합의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jwchoi@yna.co.kr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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