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공지능 호황과 분배 공론화
최태원 회장 등 재계도 토론해야
(서울=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8일 KBS '다큐 인사이트 - 인재전쟁 2 최태원의 대답'에서 AI 인재상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2026.5.29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한 사람당 연간 6억원. 삼성전자 메모리 직원 임금(가격)을 결정할 때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았다. 노사는 지난 20일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보이는 악수'로 임금을 합의했다.
수요와 공급이 알아서 가격을 형성한다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상식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보이는 악수(Visible Handshake)'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네덜란드 경제학자 스톰과 나스테파드의 관찰이다.
삼성전자 노동자와 사용자의 악수는 국가적 논란이다. 인공지능(AI) 초호황으로 거둔 천문학적 이윤 중 일부를 노동자가 상한 없이 취하는 게 정당하냐는 비판이 많다. 노동자와 사용자를 직접 중재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조차도 이러한 인식을 드러냈다. "대기업 초과 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 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히면서다. 김 장관은 원·하청 임금격차를 해소할 방법을 찾자며 '사회연대임금'을 띄웠다.
사회연대임금의 원조는 스웨덴이다. 스웨덴 모델은 이론상 노동자 간 임금격차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향(向) 수출호황을 누렸던 스웨덴의 골치는 임금-물가 악순환(Wage-Price Spiral)이었다. 호황이 노동수요 증가→임금인상 가속→물가상승→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지면서 임금과 물가가 서로의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악순환을 해결할 묘안은 연대임금이었다.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끼리는 같은 임금을 받자는 아이디어다. 대기업 삼전닉스와 중소 협력업체가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 균등한 임금을 지급하면 삼전닉스발(發) 임금인상 경쟁과 임금-물가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와 양극화 해소도 가능하다. 스웨덴에서는 전후 호황기에 자본가단체인 스웨덴사용자연맹(SAF)과 스웨덴노총(LO)이 임금인상 자제와 임금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중앙교섭에 나섰고, 보이는 악수로 연대임금정책을 현실화했다.
하지만 스웨덴식 중앙교섭체계와 연대임금정책은 시간이 흐르면서 무너졌다.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우수한 노동자를 잡아두고자 비공식 보너스를 제공했고,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LO와 중앙교섭에 반발하며 살쾡이 파업(Wildcat Strike·개별 비공인 파업)에 나섰다. 물가와 양극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됐던 구상이 통하지 않았다.
수십 년 전 스웨덴에서 실패했던 사회연대임금이 지금의 한국에서 그대로 성공할 리 없다. 대기업 고임금 노동자의 통 큰 양보, 중앙교섭을 추진할 사용자·노동자단체 설립 등 몇 가지 필요조건을 달성할 수 없는 게 국내 현실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스웨덴 모델을 그대로 옮길 수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동계에서조차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 가운데, 노동부는 이달 1일에 열기로 했던 사회연대임금 토론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그래도 재계는 '인공지능 호황과 분배'라는 주제를 공론화하는 정부 인사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만이 아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민배당금을,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누구나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제적 기회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생산적 재투자를 이야기했다.
이제는 재계도 공론장에서 '인공지능 호황과 분배'를 논하는 게 어떨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견이 궁금하다. "SK하이닉스가 나쁜 선례를 만들어 삼성전자 등 여러 대기업의 노조가 영업이익의 N%를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이 이끄는 인공지능 시대가 임금만이 아니라 물가·금리·주가 등 거시경제 변수도 움직이고 있기에 경제인도 말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
ytseo@yna.co.kr
서영태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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