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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고무줄' 운용 원칙…외국인 수익실현할 때 뒷짐 우려도

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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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역대급 상승세를 이어가는 코스피로 인해 국민연금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글로벌 증시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 중인 코스피 덕분에 국민연금이 비교 대상으로 삼는 글로벌 주요 연기금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 내 국내주식 비중이 과도하게 커진 탓이다.

코스피가 확실하게 프리미엄 구간으로 진입한 건지 일시적인 현상인 건지 명확한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고무줄 운용 원칙'을 통한 시간 벌기를 선택하면서, 향후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고무줄 원칙'된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원칙 훼손 논란 불가피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주 제5차 회의를 열고 2026년 자산군별 목표비중 조정안,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 내년 자산군별 목표비중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그 가운데 업계에서 예상치 못했던 안건은 '2026년 자산군별 목표비중 조정안'이었다. 나머지는 원래 매년 5월 결정하던 안건이었지만, 올해 초 이미 조정한 바 있는 2026년 자산군별 목표비중까지 재차 건드릴 줄은 생각지 못했다.

2026년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올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14.4%→14.9%→20.8%로 상향됐다.

내년까지도 20.8%를 유지하다 내후년부터 다시 0.5%P 축소할 방침이다.(연합인포맥스가 지난달 29일 단독 송고한 '[국민연금 재편] 국장 비중 늘렸지만…내후년부터 0.5%P 축소 재개' 제하의 기사 참고)

이에 따라 '원칙 훼손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 결정이 아닌, 이미 상승한 국내주식 비중에 맞춰 자산배분 원칙을 사후적으로 꿰맞춘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매년 5월마다 중기자산배분안과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투자를 집행한다.

지난 2024년 운용 수익률 15.32% 가운데 전략적자산배분(SAA) 효과는 15.54%포인트(P)에 달했다. 기금위의 자산배분 결정이 수익률로도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SAA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배경에는 '평균 회귀 원칙'이 있다. 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자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평균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그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가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평균 회귀 원칙을 따른다.

리밸런싱(재조정)은 해당 원칙을 운용 전략으로 구현한 장치다. 자산 가격이 평균 대비 크게 하락해 목표비중을 하회하면 저가 매수하고, 반대로 자산 가격이 평균 대비 크게 상승했을 때는 고점에서 수익을 확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례로 닷컴버블 당시 리밸런싱을 통해 급등한 기술주 비중을 줄였다면, 이후 나스닥이 78% 폭락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동학개미 열풍 당시 SAA 허용범위를 기존 2%P에서 3%P로 넓히며 국내주식 보유 비중을 확대한 역풍을 맞은 전례가 있다. 다음해 바로 증시가 꺾이면서 국내주식 수익률이 마이너스(-)22.8%까지 급락했었다.

당시 결정도 '국민연금 매도세가 주가 상승을 막는다'는 외부 압박에 따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중기자산배분 제도 자체는 '원칙'이지만 그 안의 목표비중이나 SAA 허용범위는 시대와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원칙은 지키고 기준을 변경한 것을 두고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어긋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외국인은 수익 확정하는데…국민연금은 무한정 대기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분할 고점 매도를 막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기관투자자 등 외국인들은 리밸런싱 원칙에 따라 여전히 전망이 높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일정 수준 매도하며 수익을 확정하는 흐름과는 상반된다.

외국인은 올해 2월 이후 코스피에서 100조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다. 대부분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순매도가 출회됐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해외 펀드들도 한국 증시와 반도체 업종의 강세로 인해 특정 국가 및 업종에 대한 리밸런싱 차원에서 코스피에 대한 기계적 순매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가 아닌 아시아 기술주 액티브 펀드나 연기금들이 한국 주식에 대한 기계적인 비중 조정 주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가 오를 때마다 출회되는 리밸런싱·차익실현 차원의 외국인 매도 물량이 코스피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은 이에 동참하지도 못하는 중이다. 매도 압력을 국내 개인 투자자와 국민연금이 오롯이 감당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3개월 수익률이 글로벌 증시 대비 1%P 아웃퍼폼할 때마다 다음 1개월간 약 5천억원 규모의 외국인 순매도 압력이 발생한다"며 "지난 6일 기준 코스피 3개월 수익률은 MSCI ACWI 대비 39%P 아웃퍼폼한 상태로, 리스크 온 심리까지 반영하면 외국인 순매도 추정치는 21조5천억원"이라고 추정했다.

국민연금 기금본부 내부에서도 일부 수익 확정을 통해 미래 불확실성을 헤지하고자 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원종현 전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은 "해외·대체자산 확대 기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건 국내주식을 여전히 열위 자산으로 본다는 의미인데, (코스피가 사상 최대로 오른) 현시점에서 팔지 않는 건 이율배반적 행위"라며 "리밸런싱 제도 의미를 희석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이 이렇다고 해도 시장에 영향 주지 않으면서 이익 실현할 방법은 있다"며 "일정 범위 벗어나는 건 시장이 활황일 때 조금씩 매도하면 시장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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