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200만원 두산[000150]'은 두산그룹의 정체성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박정원 회장 체제 10년을 거치며 두산은 원전·가스터빈 등 중공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반도체 부품, 로보틱스 등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1일 두산에 따르면 두산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조627억원을 기록했다. 박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10년 전 2천억대와 비교하면 4배 수준으로 이익 체력이 좋아졌다.
10년 전 두산은 중공업 부문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1조7천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현재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수주를 쌓으며 수익성이 제한되는 단계에서도 두산의 전자BG, 두산밥캣 등이 현금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의 지난 10년은 두산이 중공업의 체질을 바꾸면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시간이었다. 기존 화력·플랜트 중심의 중공업 부담은 원전·가스터빈 등 고부가 에너지 사업으로 재편됐고, 반도체 부품과 로보틱스 등 비(非)중공업 영역도 새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두산에너빌리티는 과거 그룹 재무 부담의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원전과 가스터빈, 전력 인프라 수주를 앞세워 다시 성장축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특히 AI로 인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의 수주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익성은 아직 수주 규모만큼 빠르게 개선되지는 못하고 있다. 대형 원전과 발전 설비 사업은 수주가 매출과 이익으로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크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가 본격적인 이익으로 반영되기까지의 시차는 전자BG와 두산밥캣[241560]이 메우고 있다. 지난해만 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전자BG는 반도체 기판에 들어가는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한다. 최근 두산을 전통 산업재 그룹이 아닌 AI 인프라 소재주로 재평가받게 한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두산밥캣은 가장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이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6천8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북미 건설기계 경기 둔화와 관세 부담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룹 전체 실적의 하방을 받치고 있다.
미래 신사업에 대한 기대는 두산로보틱스[454910]가 맡고 있다. 협동로봇을 만드는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엔비디아와의 AI 로봇 솔루션 공동 개발이 주목받았다. 주가는 지난해 한때 4만원 부근까지 떨어졌다가 올해부터 기대를 반영해 10만원을 넘겨 등락 중이다.
아직 실적을 기대할 단계는 아니지만,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이 전통 중공업 그룹을 넘어 첨단 기술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두산의 영역 확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엔 반도체 영역에서의 행보가 눈에 띈다. 2022년 두산테스나[131970] 인수와 함께 두산 전자BG 사업을 확대해온 데 이어 최근엔 세계 3위권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인수를 추진하는 중이다.
앞서 박 회장 역시 AI 전환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그는 "빠른 AX 추진을 통해 기존 제품의 지능화는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포트폴리오 확장을 도모하자"고 강조했다.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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