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올해 29% 하락
AI 투자 시급한데 투자보다 이익 요구 앞세워
(서울=연합인포맥스) 카카오 노동조합이 오는 10일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창사 이후 첫 파업이다.
노조는 회사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일반 직원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며 성과급 지급 기준 명확화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보상 체계의 제도화를 촉구해왔다.
노동자의 권리 행사는 존중받아야 한다. 문제는 시점이다. 지금 카카오는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힘겨루기를 벌일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전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자본과 인력, 기술을 다시 모아야 하는 절박한 국면에 서 있다.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말 6만100원에서 최근 4만2천700원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들어서만 29%가량 하락한 셈이다.
한때 국민 성장주로 불렸던 카카오는 이제 성장 기대보다 불확실성이 먼저 거론되는 종목이 됐다. 플랫폼 독점 논란, 계열사 확장에 대한 피로감, 반복된 구조조정 우려, 카카오톡 개편 논란, AI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겹치며 투자자 신뢰는 크게 훼손됐다. 주가 하락은 단순한 주주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낮아졌다는 뜻이자,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삼성전자 노사 협상 과정에서 성과급과 초과이익 배분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임직원에게 얼마나 나눌 것인가를 두고 노사 갈등이 커지는 동안, 주주들은 그 이익이 배당과 자사주 소각, 미래 투자로 어떻게 연결될지를 묻고 있다. 기업 이익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더는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직원, 주주, 미래 투자 사이의 배분 갈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의 파업 예고는 더욱 씁쓸하다. 카카오는 전 국민을 위한 AI 에이전트를 내세우며 카카오톡 안에서 일상 업무를 돕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과 탐색 수요까지 포괄하는 '챗GPT 포 카카오'를 준비해왔다. 챗GPT 포 카카오는 누적 가입자 1천100만명을 넘어섰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입자 수와 초기 트래픽만으로 기업가치를 다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AI 에이전트가 카카오톡 안에서 실제 이용자 경험을 얼마나 바꾸는지, 광고와 커머스 매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글로벌 서비스와 비교해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가 아직 선명하지 않다. 많은 기업이 에이전틱 AI 시대를 준비하면서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메신저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AI 에이전트와 연결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결제 전환으로 연결한다면 카카오에도 제2의 성장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일본 도요타 노조 사례가 언론에서 회자하는 것도 되새겨볼 대목이다.
도요타 노조는 올해 노사협의회에서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에 앞서 품질 저하와 생산 차질 위기를 먼저 인정했다. 기토 게이스케 도요타 노조위원장은 "근본적인 생산성을 올려 확실한 성과로 연결 짓고, 미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며 "회사만 기다리거나 남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임금 인상 여부가 아니다. 노조가 먼저 회사의 위기를 직시하고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는 점이다.
카카오 경영진의 책임도 무겁다. 노조에 고통 분담만 요구할 수는 없다. 경영 실패의 원인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AI 중심의 투자 우선순위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노조 역시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지금 요구하는 몫이 회사의 미래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 것은 아닌지, 고용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 단기 성과급인지 장기 경쟁력 회복인지 돌아봐야 한다. AI 전환에 실패한 플랫폼 기업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도 결국 일자리다.
최근 삼성전자를 필두로 주요 기업 곳곳에서 쟁의 행위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AI 대전환의 시대에 노사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수순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상생 방안 모색이 아니라 단순한 성과급 투쟁에 머문다면, AI 시대 근로자가 설 곳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산업부 윤영숙 부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ysyoon@yna.co.kr
윤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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