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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 컨퍼런스] "의회, 위기상황서 채권자 이익 합법적 침해 가능"

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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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펠더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1717~1722년 영국의 국가채무 구조조정 과정을 살핀 결과, 통념과 달리 의회가 위기 상황에서 채권자의 이익을 합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수아 펠더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일 중구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다.

펠더 이코노미스트는 '1717~1722년 영국의 국가채무 구조조정(Britain's Debt Restructuring, 1717-22)'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18세기 초 잦은 전쟁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한 영국이 대규모 채무 구조조정에 나선 사례를 조사했다.

1688년 명예혁명 직후 영국의 국가채무는 사실상 전무했지만,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등 장기간의 전쟁으로 1717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로 급증했다.

또 상당 규모 국채가 만기 전 원금 상환이 불가능하고 고금리를 계속 지급해야 하는 형태여서 재정 부담을 가중했다.

이에 로버트 월폴 재무장관은 1717년 조기상환 불가 국채를 저금리의 조기상환 가능 형태로 전환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특히 1720년에는 국가채무 구조조정에 필요한 대규모 현금 조달을 회피하기 위해 국채를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으로 교환해주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투기가 발생해 남해회사 주식가치가 폭등했으나, 이내 거품이 붕괴하면서 국채를 주식으로 교환했던 수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

펠더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영국의 국가채무 구조조정이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처럼 작동해 후기 투자자의 자금을 납세자와 초기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조기상환 불가 국채의 감소로 납세자의 부담이 감소했고, 구조조정 이전부터 주식을 보유했던 기존 주주와 거품 붕괴 전 주식을 매각한 초기 투자자는 큰 수익을 거뒀다.

반면 뒤늦게 국채를 남해회사 주식으로 전환한 후기 투자자는 최대 원금의 절반에 가까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구조조정 목적에 대해서도 펠더 이코노미스트는 국채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었다는 일반적 평가와 달리, 금리 하락 시 언제든 국채를 상환할 수 있는 재정적 유연성 확보에 목적이 있었다고 해석했다.

펠더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의회의 1721년 구제안이 거품 붕괴에 따른 손실을 모든 채권자에게 평등하게 배분하는 대신, 후기 투자자에게 집중시키는 편파성을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납세자를 대변하는 의회가 위기 상황에서 언제든 법적 권력을 이용해 채권자의 이익을 합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울러 명예혁명 이후 의회 정치가 강화되면서 국가채무 상환에 대한 신뢰가 구축됐다는 기존 경제사학계의 통념과도 상충하는 연구이기도 하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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