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카리·슈나벨·고에다 한자리에…외국인 매도·MSCI 리밸런싱에 환율 출렁
'주가 오르면 환율도 오른다' 고착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에 한국·미국·유럽·일본을 대표하는 매파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플레이션 경계론을 쏟아냈지만 외환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통화정책보다 외국인 주식 자금 흐름에 쏠렸다. 달러-원 환율은 중공업체 네고 물량에도 외국인 순매도 영향으로 급등했다가 오후 들어 MSCI 리밸런싱 관련 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되며 급반락하는 등 수급에 따라 방향을 바꿨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일 장중 10.30원 오른 1,518.20원까지 상승했다가 오후 들어 1,500.00원까지 밀려났다.
◇한국·미국·일본·유럽 매파 총출동
특히 전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되고 있는 한국은행 주최 '2026 BOK 국제컨퍼런스'에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 고에다 준코 일본은행(BOJ) 정책심의위원 등이 참석해 인플레이션과 AI 투자 확대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집중 논의했다.
신 총재는 개회사에서 "중앙은행의 단기적인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너무 높다는 점"이라며 "중앙은행이 한층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나벨 이사는 신 총재와의 정책 대담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과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며 기업들의 비용 전가 여부와 기대인플레이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에다 위원도 "일본은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유가 충격을 받고 있으며 높은 유가가 지난 몇개월간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수입 가격이 주목할 만한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최근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세를 언급하며 인플레이션 상승과 AI 투자 붐에 대해서는 다소 낙관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컨퍼런스 휴식시간 중 기자와 만나 AI 붐에 대해 "전반적으로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물가에는 AI보다 에너지 가격 영향이 더 크다"는 취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환율은 딴 세상…"통화정책보다 수급"
하지만 외환시장의 관심은 주요 중앙은행 인사들의 발언보다 외국인 주식 자금 흐름에 쏠렸다.
전일 오전 HD한국조선해양의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수주와 관련한 중공업체 네고 물량이 출회됐으나 외국인 주식 순매도 관련 달러 매수 수요가 이를 압도했다.
전일 공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아시아 소재 선사와 VLGC 8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조4천161억원이다.
관련 달러 매도 물량이 출회됐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환율 하락 압력은 제한됐다. 전일 외국인은 2조8천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고 지난달 7일부터 1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오전에 중공업 네고가 나왔지만 외국인 주식 매도 규모가 워낙 커 네고 효과가 상쇄됐다"며 "이제는 네고보다 주식시장의 힘이 훨씬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시카리와 슈나벨 등 주요 중앙은행 인사들이 매파적 발언을 했지만 환율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지금 시장은 금리보다 외국인 자금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오르면 환율도 오른다…외인 리밸런싱 영향력 확대
실제 최근 외국인 주식 자금 유출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월 국내 주식을 41조9천억원 순매도하며 월간 기준 최대 순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첫 두 거래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서 순유출이 나타났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됐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국내 증시 급등에 따른 글로벌 투자자들의 리밸런싱 수요가 외국인 자금 유출 배경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은 지난해 말 4위에서 올해 5월 말 2위(23%)까지 상승했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졌음에도 외국인 보유 주식 평가액은 지난해 말 1천311조원에서 올해 5월 말 2천840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시장 참가자들은 주가 상승으로 외국인 보유 주식 가치가 커질수록 환전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일 오후 환율 하락 역시 MSCI 리밸런싱 관련 달러 매도 물량 영향으로 해석됐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MSCI 리밸런싱에 따른 달러 매도가 일부 나왔지만 전체적으로는 외국인 자금 흐름이 여전히 순유출인 것으로 보는 게 맞다"며 "외환 거래와 주식 거래는 시차를 두고 처리되는 만큼 리밸런싱 관련 달러 매도가 나왔다면 그에 앞서 이미 달러 매수가 이뤄졌거나 추가 물량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여전히 순유출로 보는 게 맞다"며 "외환 거래와 주식 거래는 시차를 두고 처리되는 만큼 전일 리밸런싱 관련 달러 매도가 나왔다면 그에 앞서 이미 달러 매수가 이뤄졌거나 추가 물량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6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정책 대담을 하고 있다. 2026.6.1 scape@yna.co.kr
syyoon@yna.co.kr
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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