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구자은 LS[006260]그룹 회장의 미래 비전이 담긴 '양손잡이 경영'의 악력은 충분한가. 인공지능(AI) 전력 인프라 특수로 기존 사업과 신성장 동력을 양손에 움켜쥐게 됐지만, 주주 신뢰가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모양새다.
2일 LS에 따르면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45인의 보유 주식은 1분기 말 기준으로 1천32만9천156주로 집계됐다. 전체 발행 주식의 33.11%를 차지한다.
지난 분기 이들의 보유 주식은 6천100주 감소했다. 그사이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율은 0.51%포인트 늘었다. 특출난 거대 주주 없이 일종의 연합으로 뭉친 점이 LS 지배구조의 특징이다. 구자열 의장의 지분은 1.90%, 실질적 최고경영자(CEO)인 구자은 회장의 보유율은 3.69%다. 이러한 모습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출처: LS]
분산된 지분 구조는 기업 가치와 신뢰 경영을 뒷받침할 경영 구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LS는 자회사 LS ELECTRIC [010120] 부문의 기타 수주잔고를 기존 1조5천445억원에서 154억원으로 수정 공시했다. 수조원의 자산을 움직이는 지주사가 치명적인 오류를 방치해 시스템의 부실을 자인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본업 경쟁력에 이상이 없기에 해프닝 성격이 강했지만, 주가는 3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시장이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착오로 넘기지 않는 이유는 그간 LS가 보여준 아쉬운 소통 행보에 있다. LS는 올해 에식스솔루션즈 등 주요 자회사의 줄상장을 추진하며 주주 가치 희석 논란을 자초했다. 코스피 선진화라는 각계의 압박 속에 LS는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극심한 노이즈에 투자자들의 불신은 깊게 뿌리내렸다.
비슷한 시기에 내부 통제의 균열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월 23일, 공시불이행을 사유로 LS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올해 1월 자회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8일이나 늦게 알린 탓에 800만원의 제재금까지 부과받았다. 지난 4월 24일, 사업시행사 사정으로 LS전선의 안마해상풍력 프로젝트 계약 해지까지 겹치며 발표하는 소식이 사실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퍼졌을 것이다.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는 이른바 '통행세' 논란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이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지난 2018년 시작된 이 사건은 그룹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최종 과징금은 253억원이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연이은 불신이 1조5천억원 오타 공시에도 주식 투매를 부른 것으로 평가된다. LS를 잘 아는 진성 주주들일수록 실망은 컸을 것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작은 이슈를 방치하다 결국 가래로도 막기 힘든 신뢰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구자은 회장이 강조하는 '양손잡이 경영'은 전선·전력 인프라 등 기존 주력 사업(한 손)을 강화하는 동시에 배터리·전기차·반도체 등 미래 성장 동력(다른 한 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는 두 손이 가득 차 그룹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만하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9조5천44억원, 영업이익 4천760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적 성과를 증명했다.
하지만, 사업의 화려한 겉모습이 내부의 묵은 과제를 가릴 수는 없다. 11.11%에 달하는 자사주 활용 계획과 주주 가치 제고 방안,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인의 책임 경영 자세가 동반되지 않으면 주주들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
구 회장의 원대한 포부가 사상누각이 되지 않으려면 앞으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진정성 있는 주주 소통이라는 경영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시장의 신뢰는 오타 한 번에 무너지지만, 이를 다시 쌓는 데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부 이재헌 차장)
jhlee2@yna.co.kr
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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