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주주연대 대표·최석윤 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노상현 주주 인터뷰
"국내 주주연대 첫 성공 사례 도전…구체적인 계획으로 승부"
"'흑자 도산' 리츠 직접 살린다"…주주연대, 운용사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출처: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주주명부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흩어진 주주들을 직접 찾아가고, 회사를 살릴 방법을 손수 계산한다.
벨기에 브뤼셀의 오피스에 투자해 임대 수익을 배당으로 돌려주던 리츠 상품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주주들이 직접 나섰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주주연대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국내 자본시장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는 일에 도전하려 한다.
김현욱 제이알글로벌리츠 주주연대 대표는 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국내 주주연대가 번번이 실패한 건 체계적 전략 없었기 때문"이라며 "해외리츠의 경우, 주주연대가 운용사 이상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주주연대 활동 모델을 구축해보겠다"고 말했다.
주주연대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확보한 지분은 15%가량이다. 아직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33.4% 이상의 지분에는 못 미치지만, 이들의 계획은 구체적이다.
◇ "목표는 '3분의 1' 의결권 확보"
이들이 가장 먼저 겨냥하는 건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이자 법적 권한 행사의 마지노선인 '지분 3분의 1(33.4%)' 확보다.
해당 리츠의 주주이자 주주연대 활동을 돕고 있는 최석윤 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는 "3분의 1 이상을 확보해야 유의미한 법적 권한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다"며 "통과가 불투명한 임시주총 안건에 힘을 빼기보다 확실한 의결권 확보에 집중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변수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보유한 약 15%의 지분이다.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자산운용사는 자체 ETF 편입 지분의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지 못하고, 외부 위원회 등에 결정을 위임한다. 최 전 대표는 "이 기관들을 직접 찾아가 리츠 정상화를 위한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설득하면, 충분히 우호적인 결정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흩어진 개인 주주를 결집하는 작업은 김현욱 주주연대 대표가 앞장서 이끈다. 그는 "상위 100명만 모아도 10% 확보가 가능하고, 한 가족이 발행주식의 2.5%(약 500만 주)를 보유한 사례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 주주 상당수가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은퇴자라는 점이 난관이다. 주주연대가 최신 주주명부 확보에 사활을 건 것도 이 때문이다.
운용사는 당초 지난해 말 기준 명부만 제공했으나, 거듭된 요구 끝에 거래정지일 기준 최신 명부를 오는 11일 교부하기로 했다.
◇ "우량 자산 기반의 '흑자 도산'…펀더멘털 훼손 없어 정상화 가능"
[출처: 제이알글로벌리츠 홈페이지]
주주연대는 이번 사태가 실물 자산의 가치 하락이 아닌 운용사의 미숙한 환율 변동 대응과 부채 비율 관리 실패에서 비롯된 '흑자 도산' 성격이 짙다는 점을 핵심으로 꼽는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주주 노상현 씨는 "이번 문제는 부채 비율 관리에서 나타난 것이지 실제 펀더멘탈이 흔들리는 상태가 아니"라며 "단순히 자산을 성급하게 매각해 모두가 지는 싸움을 할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정상화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전 대표 역시 자산의 내재 가치를 강조하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구조를 뜯어보면 벨기에 정부가 내는 확실한 임대료 수익을 바탕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금융을 끌어낼 구석이 많다"며 "주주들이 당장의 배당을 양보하더라도 리츠를 제대로 살려내겠다는 뜻을 모으면 해결이 결코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체계적인 정상화 전략의 일환으로 주주연대는 행동 반경을 넓혀 운용사 경영진과 전격 마주 앉기도 했다. 주주연대 대표단은 지난달 26일 오후 김관영 제이알투자운용 대표이사와 오남수 제이알글로벌리츠 대표이사 등 경영진과 약 40분간 회동하며 주요 현안에 대한 진행 상황을 논의했다.
이날 주주연대가 거둔 성과 중 하나는 오는 15일 이후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33.4% 지분 확보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또한 주주연대는 운용사와 실무진 간 소통 창구를 개설하기로 합의했으며, 앞으로 상황 변화를 주시하며 추후 유상증자를 비롯해 사모부채펀드(PDF),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포괄적인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주주연대와 회사의 공생을 목표로, 현재 운용사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힘든 유상증자 방안을 주주들이 직접 타진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해결책의 외연을 넓히고, ARS 과정에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겠다" 밝혔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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