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부동산 전쟁①] 세제 전선 넓히는 정부…장특공제·보유세 '수술대'

26.06.04.
읽는시간 0

[※편집자주 :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를 앞두고 잠시 진정됐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매물은 감소하고 전월세 가격도 뛰고 있어 다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장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부동산과의 전쟁'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나올 정부의 주택관련 세제 정책, 앞서 발표했던 주택공급 정책의 이행 상황 등을 6회에 걸쳐 점검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6·3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세제 개편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이르면 내달 발표될 세제개편안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만으로 최근의 집값 불안을 잡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정부가 다주택자와 고가·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세제 카드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포함한 세제 개선 연구용역과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청와대 경제팀 안에서도 부동산을 '정부가 가장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영역'으로 수차례 강조해 온 만큼 내달 발표될 세제 개편안에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재설계 ▲보유세·거래세 정비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가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 발언 듣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2026.6.2 xyz@yna.co.kr

정부가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는 카드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개편이다.

현행 제도는 1세대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거주할 경우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해준다. 보유기간 40%, 거주기간 40%를 각각 인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고가 주택에 과도한 세제 혜택이 부여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여러 차례 드러내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살지도 않으면서 투자용으로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양도세를 깎아주는 것은 주거 보호 정책이 아니라 투기 권장 정책"이라며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을 강조했다.

거주와 보유에 똑같이 40% 공제율을 적용하는 것이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재편에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TF 안팎에서는 장특공의 보유 공제율을 낮추거나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 실제 거주 기간에 따른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보유 공제율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보유세 역시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뉴욕·런던·도쿄 등 주요 도시의 보유세 체계를 비교 분석하며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체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인 종합부동산세율 인상보다는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을 통한 우회적 접근이 우선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방향은 이재명 정부 경제팀의 부동산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간 청와대 경제라인은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보다 생산적 투자로 자금이 흐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특히 부동산 보유 자체에 대한 세제 혜택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심화시키고 서울 핵심 지역으로 유동성을 집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강하다.

실제로 정부 안팎에서는 지방의 여러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보다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 한 채를 가진 1주택자가 세제상 더 유리한 구조가 과연 형평성에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중에서도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이른바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다.

그동안 부동산 세제는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왔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실제 자산 규모와 시세차익 측면에서 보면 서울 핵심지역의 초고가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가 지방의 여러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보다 더 큰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강남·서초·용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면서도 1주택자라는 이유로 각종 공제와 세제 혜택을 적용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정부는 단순히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 부담을 판단하기보다 실제 자산 가치와 거주 여부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이 대통령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언급해온 '실거주 중심 과세'와도 맞닿아 있다. 단순히 집을 몇 채 보유했느냐보다 실제 거주 여부와 자산 가치, 시세차익 규모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성을 두고 시장에서는 다소 온도차가 감지된다.

우선 장특공 개편의 경우 의도치 않은 시장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않다.

당초 장특공은 투기 억제 장치가 아니라 조세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다. 장기간 자산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가 상승과 명목 자산가치 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양도 시점에 일시에 과세할 경우 과도한 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데, 장특공은 이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만약 보유기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실거주만을 과도하게 강조할 경우 세금 때문에 집을 팔지 않는 '동결효과(lock-in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특히 지방 발령과 해외 근무,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다양한 이유로 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까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 역시 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 부담을 피해 서울 핵심지역의 '똘똘한 한 채' 보유를 더욱 장기화하거나, 반대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현재 임대차 시장의 상당 부분은 1주택 임대인들이 공급하고 있다. 장특공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이 실거주에 나설 경우 임대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전세가격 상승과 월세 부담 확대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경험도 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보유세·양도세 중과가 시행됐지만, 결과적으로 거래 감소와 증여 증가,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세금이 의도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결국 지방선거 이후 발표될 세제 개편안의 성패는 실거주 원칙과 시장 유동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을 줄이고 실수요 중심 시장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분명하다.

다만 세제는 집값을 움직이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을 바꾸는 장기 규칙이란 점에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추진하는 '과세 정상화'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실거주 원칙을 강화하되, 보유기간의 가치와 불가피한 이주 수요, 임대차 시장의 현실까지 함께 고려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지방선거 이후 시작될 부동산 전쟁의 다음 전선은 공급도, 대출도 아닌 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정지서

정지서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