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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의 글로브] 소프트뱅크 1위의 의미

2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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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연합뉴스 사진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AI 붐을 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일본 증시에서도 지형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증시 간판 기업이 바뀐 것이다.

손정의(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소프트뱅크그룹(이하 소프트뱅크) 주가는 올해 들어 2배 가까이 급등해 시가총액(1일 기준 49조엔)이 기존 1위인 도요타자동차(1일 기준 46조엔)를 넘었다.

도요타는 2003년 12월부터 줄곧 시총 1위를 유지해왔는데, 22년 만에 '일본 증시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 자리를 내주게 됐다.

소프트뱅크가 시총 1위를 차지한 것은 1998년 도쿄증시 1부에 상장한 이래 처음이며, 순위 자체가 도요타를 웃돈 것은 IT 버블기인 2000년 이후 약 26년 만이다.

AI와 반도체가 핫이슈로 부상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4년 9월 오픈AI에 대한 출자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346억달러를 출자했고, 오는 10월까지 646억달러로 늘려 13%의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의 포트폴리오에서 오픈AI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3회계연도 말 2%에서 2025회계연도 말 약 25%로 급증했다.

증시가 호조를 지속한다면 소프트뱅크는 오픈AI의 기업공개(IPO)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현재 오픈AI의 기업가치는 8천520억달러로, 소프트뱅크의 지분율(13%)과 투자금액(646억달러)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투자수익률은 71%에 달한다. 오픈AI는 이르면 오는 9월 상장할 예정으로, 기업가치가 1조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소프트뱅크의 투자수익률은 101%(약 2배)에 이른다.

IPO 시점에 오픈AI의 기업가치가 1조7천5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도 있다. 이에 따른 투자 수익률은 무려 252%(약 3.5배)라고 다이아몬드는 분석했다.

글로벌 증시에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소프트뱅크를 1위 기업으로 밀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홀딩스를 약 320억달러에 인수했다. 손 회장 자신은 ARM 투자를 두고 '가장 흥분되는 도전'이라고 자평했으나 인수 당시 일본 기업의 해외 인수로는 사상 최대급이었던 탓에 너무 비싸게 샀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지난 2020년에는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는 시도까지 했으나 무산되면서 2023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켰다. IPO 당시 기업가치는 545억달러였는데 이 때도 매출 성장 둔화, AI 수혜 과대 평가 인식으로 회의론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AI 붐으로 반도체 설계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ARM의 시가총액은 4천350억달러로 불어난 상태다. 소프트뱅크는 ARM의 지분을 약 86~87% 보유하고 있다. 10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 투자 실패로 한동안 체면이 깎였던 손정의 회장은 다시 '카리스마 리더', '승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의 시가총액이 한때 45조엔을 넘어서며 도요타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시총 순위가 소프트뱅크-키옥시아-도요타 순이 된 것이다. 1년 전 키옥시아의 시총 순위는 169위였었다.

글로벌 반도체 랠리에 키옥시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 무려 650% 급등했다. 삼성전자(200%), SK하이닉스(262%)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소프트뱅크그룹 주가 추이

연합인포맥스

키옥시아 주가 추이

연합인포맥스

현지 매체들은 시총 순위 역전극의 의미를 앞다퉈 분석하고 있다.

일본 재경신문은 기업에 대한 평가 축이 이익 안정성에서 자산 성장률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견실한 배당이나 현재의 이익 규모보다는 '보유자산의 장래 가치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라는 성장 레버리지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평가 기준이 '일본 국내'에서 '글로벌 투자자 기준'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봤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가 미국 증시와 유사하게 첨단기술·인프라 경쟁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로는 일본 증시가 '제조업' 대 'AI 투자'라는 구도로 바뀌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도 뒤따른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그 본질이 AI 기업 자체가 아닌 오픈AI나 ARM의 가치에 연동되는 투자회사라는 점을 냉정히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는 AI 붐 때문에 반도체 사이클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통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사이클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상당히 큰 분야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이클이 사라졌다'는 믿음이 언제나 폭락 직전에 나왔음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노무라는 "AI와 반도체의 실적 전망 개선 속도가 지속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 1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AI 혁명은 닷컴 붐과 비교해 10배, 아마도 50배 이상 클 것이라고 본다"며 "이는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기술 혁명이나 실현"이라고 말했다.

일본 증시에서 나타나는 이와 같은 변화는 과연 손정의 회장의 말처럼 '인터넷의 출현'에 버금가는 새로운 질서의 도래일까, 아니면 과거 수없이 반복됐던 이슈의 부상과 쇠퇴에 불과하게 될까.

모넥스그룹은 "일본 기업은 현재의 시대정신을 피할 수 없다(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이제 시장은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경영이나 탄탄한 재무구조보다는 강력한 리더십과 과감한 도전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단 일본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닌 것 같다. (국제경제부장)

jhmoon@yna.co.kr

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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