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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권 칼럼] 與 서울시장 역전패의 두 가지 이유

2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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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출근하며 꽃다발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서울시청 로비에서 꽃다발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6.6.4 [공동 취재] jieunlee@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준 것은 여당엔 뼈아픈 상처다. 국민의힘의 아성인 TK(대구·경북)와 경남을 잃었지만, 부산과 울산을 되찾아오면서 '압승'의 승기를 잡았음에도 막판 서울에서 역전패당한 것은 쓰라리다. 무엇보다 가장 상징성이 강한 수도 서울을 탈환하지 못했다는 점은 여당은 물론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망국적 부동산 시장' 개혁을 위한 강력한 정책 추진을 예고해 왔던 정부 입장에서는 완전히 반대의 입장에 선 서울시장을 맞닥뜨려야 할 상황이다.

지난 3일 오후 6시 지방선거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무난한 당선이 예측됐다. 방송 3사는 정 후보가 51.4%를 얻어 46.0%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5.4%포인트(p) 차이로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종편인 JTBC의 예측조사에서 두 후보 간 격차는 10.6%p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방선거 직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추이와도 엇비슷한 수치였다. MBC와 서울대가 각종 여론조사 수치를 모아 분석한 여론M 자료를 보더라도 5월 20일 이후 정 후보가 오 후보를 대체로 4~6%p 정도 앞서는 추이가 유지됐다.

하지만 승기를 잡았던 정 후보의 득표율이 4일 오전 7시를 넘어서면서 오 후보에게 밀리기 시작했고, 격차는 더 벌어졌다. 결국 오 후보의 대역전극이 펼쳐지면서 서울시장 선거는 막을 내렸다. 4일 오후 1시17분 기준 99.54%의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오 후보와 정 후보 간 격차는 5만3천465차로 벌어졌다. 득표율 격차는 불과 1.02%다. 정 후보는 패배를 인정했다. 부산과 울산에서 승리하면서 서울까지 탈환해 완승을 노렸던 민주당은 충격을 받았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아쉽다"고 했지만, 민주당 내부가 받아들이는 충격파는 작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원오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역전패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타난 수치만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될 것 같다. 우선 서울의 '자산 투표' 성향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산은 부동산이다. 사실상 부동산을 기준에 둔 이익 관점의 투표가 반복, 강화됐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지방선거에서 흔히 나타나는 '줄투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유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투표를 동시에 하기 때문에 정치 성향에 따라 한 정당의 후보를 나란히 찍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반대의 모습이 나타났다. 줄투표가 아닌 전략투표 흐름이었다.

우선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자산 투표 흐름은 이번에도 예외가 없었다. 이제 서울의 선거에서 부동산 관점의 자산 투표는 사실상 당락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가 됐다. 오세훈 후보는 전체 25개 자치구 중 10곳에서 승리했다.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선 큰 표 차이로 이겼고, 용산구와 양천구, 동작구, 영등포구에서도 격차를 벌리면서 승리했다. 강동구에서도 큰 표 차로 이겼고, 중구와 광진구에서도 승리했다. 공통점은 부동산에 민감성이 큰 지역들이다. 개표가 완료된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만 오 후보는 정 후보에 17만2천626표를 앞섰다. 개표가 아직 덜 된 송파구를 합치면 격차가 20만표를 넘어선다. 한강 벨트로 불리는 용산구와 동작구, 영등포구, 강동구까지 합치면 격차는 24만7천58표에 달했다.

정 후보가 총 25개 자치구에서 15개를 이겼음에도 오 후보에 패한 것은 강남 3구와 한강 벨트에서의 오 후보에 대한 몰표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은 오 후보에게 84.3%의 몰표를 던졌다. 은마아파트, 대치쌍용, 대치미도1차 등 역시 재건축 이슈가 몰린 대치2동의 경우 오 후보의 득표율은 74.8%에 이른다. 청담동, 역삼동, 삼성동, 도곡동, 개포동 등도 비슷한 추이다. 더군다나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은 선거인 수가 40만명을 넘고, 투표자 수도 3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커서 특정 후보에 대한 몰표는 선거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 정부가 본격적으로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 등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출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 때도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압구정동에서 14.57%를 얻는 데 그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또 나타난 특징은 정 후보가 자치구 후보들보다 표를 덜 받은 데 반해 오 후보는 더 받았다는 점이다. 정 후보가 구청장으로 출마한 민주당 후보보다 표를 덜 받은 곳은 19개 달했다. 이에 반해 오 후보는 17개의 자치구에서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들보다 표를 더 받았다. 정 후보가 구청장 후보보다 덜 받은 표는 16만8천599표에 달했고, 오 후보는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보다 11만8천738표를 더 받았다. 이 표 차만 해도 5만여표에 달한다. 정 후보는 민주당 텃밭인 종로구(1천814표)·동대문구(4천810표)·중랑구(1만9천55표)·성북구(1만5천293표)·노원구(2만2천541표)·은평구(1만5천732표)·관악구(1만6천963표)에서도 민주당 구청장 후보보다 표를 덜 받았다. 자신이 구청장을 지낸 성동구에서조차 3천52표나 덜 받았다. 반면 오 후보는 중랑구와 성북구, 노원구, 강서구, 관악구 등 약세 지역에서도 1만~2만표가량을 더 획득했다.

통상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이 비례적인 흐름으로 표를 얻는 추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정 후보가 오 후보에 비해 경륜이나 인지도 등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같은 당 기초단체장이 얻은 표보다 크게 줄어든 표를 받았다는 것은 선거 캠페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부동산 성향의 자산 투표와도 맞물린 측면도 있겠지만, 그간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왔던 자치구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단순히 인지도 차이 탓만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나타난 총체적인 난맥상이 결국 패배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어찌 됐건 앞으로 본격화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와의 충돌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커졌다. 오세훈 당선인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부동산 정책 방향 변경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가 충돌이 아닌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에 힘을 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임기자 / 부국장)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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