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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 투표에서 투표지 부족까지…반복되는 'K선거' 신뢰도 논란

2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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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결과와 별개로 우리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4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당장 선거무효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반복되는 관리 부실이 누적될 경우 이른바 'K선거'의 신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선거는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전국 단위 선거를 하루 만에 치르고 대부분 당일 밤 당락을 확정하는 신속한 개표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전국 단위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선거 방역과 선거관리 역량을 동시에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여러 국가의 선거관리 기관들은 한국의 전산 시스템과 개표 시스템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왔다. K방역에 이어 K선거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논란도 반복돼 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대통령선거 당시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이다.

당시 일부 투표소에서는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소쿠리에 담아 운반하는 장면이 공개되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식 사과했고 노정희 당시 선관위원장도 직접 고개를 숙였다.

2024년 총선에서는 사전투표 관리와 전산 시스템을 둘러싼 각종 부정선거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실체가 확인된 사례는 없었지만 선관위 채용 비리 논란과 감사원 감사, 헌법기관 독립성 논쟁이 맞물리며 선관위를 향한 국민적 신뢰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실제 투표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행정 착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한 방송에서 "어떤 이유든 간에 선관위 차원에서 면책이 불가능한 오류"라며 "사전투표율을 단순 적용해 본투표 용지를 과소 준비한 것은 명백한 관리 실패"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과거의 부정선거 의혹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제기된 부정선거 논란 상당수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는 실제 투표 현장에서 벌어진 선거관리 실패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선거 결과를 둘러싼 공방보다 선관위의 조직 운영과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유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될 선거관리의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부가 가진 권한과 책임을 모두 사용해 문제 발생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민의 참정권이 한 치라도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할 만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외에서도 선거관리 실패는 선거 신뢰를 흔드는 주요 원인이 돼 왔다.

독일 베를린은 2021년 연방의회 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과 오배부, 장시간 투표 지연 등이 발생했고, 결국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일부 지역에 대한 재선거를 결정했다.

미국 역시 2000년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 이후 20년이 넘도록 선거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불신과 음모론이 반복되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의 핵심은 결과보다 절차에 대한 신뢰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에서도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까지 선거무효와 재선거 가능성을 거론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함 반출을 둘러싸고 시민들과 선관위 측이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선거무효 여부와 별개로 선관위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번 사태가 특정 정당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선거관리 체계 전반의 문제인 만큼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비슷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선거 전문가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를 승복할 수 있는 절차적 신뢰"라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국민들이 선거를 믿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절차에 대한 믿음 위에서 작동한다"며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큰 숙제 역시 재선거 여부가 아니라 국민들이 다음 선거에서도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관위 해체'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전날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4일 투표함 반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4 ksm7976@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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