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90.86포인트(3.55%) 오른 8476.15로, 코스닥은 29.56포인트(2.68%) 내린 1074.80으로 마감했다. 2026.5.29 ksm7976@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지만, 정작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 부진을 정책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둔 반면 코스닥은 상대적 부진을 이어가며 두 시장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이를 시장 실패가 아닌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자본이동의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는 전날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전략 담당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코스피와 코스닥 간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정책적으로 보완할 방법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내 증시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를 등에 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를 끌어올리며 9천선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반면 코스닥은 성장주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과 실적 부진, 유동성 이탈이 겹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코스닥이 모험자본 공급과 혁신기업 육성이라는 자본시장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마냥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간담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예상과 다른 반응들도 다수 감지됐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현재의 자금 쏠림 현상을 시장의 왜곡이 아닌 '합리적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선택하는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며 "실적과 현금흐름,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된 기업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코스닥 부진을 정책 실패로 규정하고 인위적으로 자금을 유도하려 하면 오히려 시장 현실과 가격 간 괴리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스닥 활성화는 역대 정부의 단골 과제였다.
김대중 정부는 벤처 육성 정책을 통해 코스닥을 성장시켰고, 박근혜 정부는 코넥스 시장을 출범시켜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를 넓혔다. 문재인 정부는 코스닥벤처펀드와 세제 혜택, 연기금 투자 확대 등을 추진하며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별도로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기술특례상장 확대와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 기업 밸류업 정책 등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지난 20여년간 반복된 정책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의 구조적 체질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코스닥 시장은 정책이 나올 때마다 단기 반등을 보였지만, 결국 기업의 실적과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상승세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스닥 문제의 본질이 수급 부족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기업 품질에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 코스닥은 인터넷·벤처 붐, 바이오, 2차전지 등 성장 스토리를 기반으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AI 산업이 경제 전반을 재편하는 최근 환경에서는 성장성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인프라 경쟁의 핵심 수혜주인 반도체 기업들은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을 창출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지만, 상당수 코스닥 기업들은 여전히 미래 기대에 의존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에는 성장 스토리만으로도 자금이 몰렸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AI 시대 투자자들은 기술보다 현금흐름을, 비전보다 실적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지금의 코스피 강세는 단순한 대형주 선호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산업 질서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며 "코스닥을 살리려면 지수를 끌어올릴 정책보다 투자자들이 사고 싶어하는 기업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도 단순한 유동성 공급이나 세제 지원을 넘어 상장·퇴출 제도 정비, 회계 투명성 강화, 벤처투자 생태계 개선, 혁신기업 육성 등 시장의 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현재의 코스피·코스닥 양극화는 정책 실패라기보다 산업 구조 변화가 자본시장에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코스닥 지수를 걱정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답을 내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성장과 이익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수를 떠받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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