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회사 과징금을 기존의 절반 미만으로 낮출 가능성이 커지며 은행권이 생산·포용적 금융 확대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당국이 은행권에 대한 처분을 기존보다 약하게 한 배경에 생산·포용금융 여력 위축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권이 대규모 자율배상을 실시한 상황에서 강하게 회초리를 들기보단 과징금 경감으로 숨통을 틔워 정부 정책에 더 열심히 호응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일(4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홍콩 ELS 불완전판매 제재안을 추가 논의했다.
그 결과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은행 5곳에 부과할 과징금을 6천억원 수준으로 결정하는 데 뜻이 모였다. 지난 2월 결정된 1조4천억원대보다 절반 미만으로 내려간 금액이다. 홍콩 ELS 사태 이후 금감원이 최초 산정했던 약 4조원과 비교하면 6분의 1이 채 안 된다.
최종 제재 내용은 추후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금융위가 막판에 한 번 더 숫자를 조정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과징금 대폭 감경이라는 당국 차원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그간 여러 차례 제재안을 논의했고 지난달 이례적으로 금감원에 돌려보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과징금 경감을 금감원의 순수한 단독 결정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권 안팎에선 지난달 13일 금융위가 금감원에 다시 공을 넘겼을 당시 이를 과징금을 낮추라는 시그널로 이해했다. 금융위는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법리 등의 보완을 위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이후 이찬진 금감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확실히 (과징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다. 당연히 1조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며 감경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두 기관 사이에 제재 수위 조정 필요성과 대략적인 규모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쉽게 하기 어려운 얘기다. 이미 한차례 돌아온 사안에 대해 또다시 엇박자를 내는 건 두 기관 모두 부담스럽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듯 금감원은 이번 제재심에 은행권을 부르지 않았다. 지난 2월 1조4천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을 당시 은행권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청취했던 것과 대비된다. 사실상 방향성이 정해진 만큼 굳이 추가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과징금 조정 배경을 두고 불복 소송 등 법적 부담도 있지만, 과도한 제재로 금융권 전반이 위축될 경우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생산·포용금융 정책 이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됐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의 자본 여력을 타이트하게 죈 채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다.
이미 조단위 자율배상 등 사후 조치를 취한 만큼 이번엔 숨통을 틔워 피해자 구제와 소비자 권익 보호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게 당국의 역할에 더욱 걸맞다는 해석도 나왔다.
바꿔 생각하면 은행권 입장에선 이번 감경 조치로 생산·포용금융 확대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처분을 낮춰줬으니 그에 합당한 무언가를 더 하라는 암묵적 메시지이자 일종의 청구서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가 금융의 공적 역할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정부가 주문하는 생산·포용적 금융 등을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당국도 당연히 이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은행들이 과거 자율배상을 했던 것과 생산·포용금융에 더욱 집중하라는 취지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됐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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