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섹터가 가까운 미래에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려워"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뉴욕증시를 이끌어온 인공지능(AI)·반도체 랠리가 금리 급등과 수급 환경 악화에 급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업황의 중장기 성장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당장 이번 주는 조정 환경이 지속될 수 있다.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등 대규모 신규 주식 공급이 예정된 점도 수급 부담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짐 크레이머 CNBC 진행자는 6일(현지 시간) "현재 시장은 금리와 고유가에 인질로 잡혀 있는 형국인데, 여기에 투자자들이 다른 주식을 팔지 않고서는 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신규 물량이 시장 파이프라인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신규 공모 물량에 자금을 대기 위해 기존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한, 증시가 위로 치고 올라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시장 자체가 과열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브렌트 코추바 스팟감마 설립자는 "최근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콜옵션 투기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됐다"며 "현재 시장은 과열 국면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BTIG 의 조나단 크린스키 수석 시장 기술적 분석가는 최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9주 만에 71% 급등한 것은 닷컴 버블의 정점이었던 2000년 3월 10일 직전 국면이 유일하다"며 "6월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고베타 모멘텀주의 추가 상승을 맹목적으로 쫓는 것은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급락에 결정타를 날린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금리 상승도 무시할 수 없다.
에릭 스몰린스키 옵션 투자자는 "몇 주 만에 금리가 40~50bp 움직이는 흐름은 단순한 숫자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해준다"며 "금리 변동의 속도(velocity)가 바로 주식 시장을 무너뜨리는 요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0년물 실질금리가 2022년 이후 박스권 상단으로 치솟을 때 비로소 채권은 자금을 두고 주식과 진정으로 경쟁하기 시작한다"고 부연했다.
반도체 지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변동성지표(VI)도 이달 들어 대폭 상승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반도체 변동성지수(반도체 VIX)는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40대 초반에서 안정 흐름을 보이다가, 주가 급락세가 본격화된 6월 들어 가파르게 치솟았다.
특히 6월 4일 장중 57.97까지 치솟은 데 이어, 6월 5일에는 장중 최고 58.38까지 폭등하며 지난 3월 9일(장중 56.02)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종가 기준으로도 4월 중순 41선까지 내려앉았던 지수가 6월 5일 57.5까지 급등한 것은,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반도체 섹터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풋옵션 등 하방 헤지 포지션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출처: 연합인포맥스 캡처]
다만 일부 전문가는 이번 반도체 쇼크가 유발한 단기 변동성을 인정하면서도, 반도체 시장의 핵심 펀더멘털은 훼손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얀 프레데릭 슬레이케르만 ING 선임 섹터 전략가는 "반도체주가 거친 한 주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섹터가 가까운 미래에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만 TSMC의 최고경영자(CEO) 웨이저자 역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만큼, 첨단 반도체의 가격 환경과 관련 기업들의 주가 전망은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klkim@yna.co.kr
김경림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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