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5대 은행이 가계대출 규제 강화 이후 기업대출에 열을 올리면서 개인사업자대출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내수 부진과 시장 금리 변동성 확대 등으로 연체율이 급등할 우려가 있어 올 하반기 건전성 관리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325조9천178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은 올해 들어서만 1조4천85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5월에는 1조663억원 감소했던 것과 비교하면 흐름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이는 은행권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가계에서 기업으로 이동한 것과 맞물린 결과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총량 관리와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도를 높여왔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가계대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리는 전략을 펼쳤다.
실제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869조8천928억원으로 올해 들어 25조1천674억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업대출 증가액이 17조5천369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폭은 43.5%에 달한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확대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개인사업자대출 역시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성장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다. 법인대출보다 차주 규모가 작고 은행별 영업망을 활용하기 쉬워 비교적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인사업자대출이 성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로 전월 말보다 0.06%포인트(p) 하락했다.
겉으로는 은행권 연체율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분기 말 연체채권 정리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3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7천억원으로 전월보다 3천억원 줄었다. 반면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4조3천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원 늘었다.
신규 부실이 구조적으로 줄었다기보다는 분기 말 매·상각 등 연체채권 정리 규모가 크게 늘면서 전체 연체율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여전히 전체 평균을 웃돈다.
3월 말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1%로 전월보다 0.07%p 하락했지만,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 0.56%보다 0.15%p 높았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도 0.81%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은행권이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릴수록 단순히 이자이익 기반이 확대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실 관리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은 경기와 금리 변화에 민감한 대표적인 차주군으로 꼽힌다.
자영업자는 사업자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함께 보유한 경우가 많아 사업소득이 감소하면 전반적인 상환 여력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특히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내수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소비 회복 속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매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인건비와 임차료, 원재료비 부담이 동시에 높아질 경우 현금흐름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금리 변수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p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약 1조8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자영업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도 평균 55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거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경우 개인사업자 차주의 상환 부담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가계대출 규제로 성장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은 대출자산 확대와 이자이익 방어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지다.
그러나 연체율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차주군을 중심으로 대출이 확대될 경우 향후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 은행권은 순이자마진(NIM) 하락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 성장과 건전성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대출 잔액 확대는 이자이익을 지탱하는 요인이지만 취약차주와 취약업종 중심으로 연체가 늘 경우 수익성 개선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국의 시선도 대출 증가 자체보다 사후 관리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 연체율이 분기 말 정리 효과로 하락했지만, 신규 연체 발생과 연체채권 정리 흐름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경기 민감 차주군의 부실 압력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도 "개인사업자대출은 경기와 금리 변화에 민감한 차주군인 만큼 하반기에는 단순한 잔액 증가보다 신규 연체와 취약 업종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당분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국고채·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3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50∼6.390% 수준이다. 사진은 1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은행 ATM 기기. 2026.2.1 sa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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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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