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파란 넥타이 하나 사다 드릴게(매시겠습니까)"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노란 넥타이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KB금융의 상징인 노란색 이외 다른 넥타이를 맨 적이 없는 양 회장에게 다소 지겹다는 듯 신한금융을 상징하는 '파란' 넥타이를 선물해주겠다는 농담(?) 이었다.
양 회장은 "전국에서 노란 넥타이는 다 나한테 보내온다"며 맞받아쳤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노란 넥타이를 앞으로도 꾸준히 착용하겠다는 의미로 진 회장의 선물을 정중히 거절한 것이다.
국내 양대 금융지주 회장의 넥타이를 두고 벌어진 작은 신경전에 주변 사람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5일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들을 비롯한 8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날 이곳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 총출동했다. 금융권이 하나가 돼 금융소비자보호 노력을 기울이자는 취지의 행사였다.
양 회장과 진 회장은 우연히 똑같은 시간에 도착해 함께 행사장으로 이동하며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평소 두터운 친분이 밑바탕이 됐지만, 가벼운 농담에도 회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그리고 자존심이 묻어났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수십년 간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그룹 전체 순이익은 물론, 은행과 증권·카드·보험 등 주요 계열사 실적, 시가총액, 생산·포용적 금융, 주주환원 정책 등이 모두 경쟁 대상이다.
그룹을 이끄는 양 회장과 진 회장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61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오랫동안 동종업계에 몸담으며 갖은 풍파를 함께 겪어온 동료이지만, 늘 상대방을 의식하고 때론 견제하는 숙명의 라이벌 관계다.
치열한 경쟁 의식은 같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로서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필수 요소다. 선의의 경쟁을 촉발해 금융업계 전반의 건강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끊임없는 발전을 위한 좋은 자극제가 되어주는 존재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 앞에서 만큼은 다르다. 금융권 전반이 견고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교육 및 인식 제고에 나서야 금융소비자 중심 문화를 빠르게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사가 산발적으로 교육에 나서면 접할 수 있는 사례가 한정적이라 진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반면 서로가 우수 경험을 공유하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실천 사례와 경험을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어 소비자보호 중심 금융 생태계 마련에 보탬이 된다. 여럿이 힘을 합치면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제도 개선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권 전체의 소비자보호 역량 제고를 당부했다. 그는 "이번 MOU는 금융권 임직원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 교육 기반을 더욱 체계화해 금융권 전반의 금융소비자보호 역량을 한층 높이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 영역에서만큼은 양 회장이 노란 넥타이 뿐 아니라 파란 넥타이도 매는 상상을 해본다. 소비자보호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금융지주들엔 '노랑'과 '파랑' 등 서로를 구분 짓는 색깔이 의미없지 않을까. 거대한 금융 흐름 변화를 함께 헤쳐나가기 위해선 라이벌도 손을 맞잡고 힘을 합쳐 빠르고 정확하게 노를 저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 (금융부 유수진 기자)
[촬영: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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