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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스위트스폿' 국면…반도체 제외하면 비교우위 상실 우려도"

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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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인공지능(AI) 패권 경쟁과 전 세계적인 군비경쟁 바람 속에서 한국 경제가 반도체·조선·방산(방위산업)을 주축으로 이른바 '3대 안보 전략 자산'의 글로벌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중동 전쟁과 고물가 등 거시경제적 악재 속에서도 한국의 대기업들이 글로벌 지정학적 트렌드를 자본화하며 경제 성장을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반도체, 선박, 그리고 총: AI 경쟁과 글로벌 갈등 속에서 호황 누리는 한국'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아시아 4위 경제 대국인 한국이 현재 전례 없는 '스위트 스폿(최적의 적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6%를 기록하며 직전 분기(1.6%) 대비 가파르게 치솟았다.

같은 기간 수출은 38% 급증한 2천200억 달러(약 340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4월 전체 수출액(858억 9천만 달러) 중 메모리 반도체 한 품목에서만 319억 달러의 매출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20대 기업 반열에 안착했다.

아울러 AI 데이터 센터 증설로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초고압 변압기 제조사들의 수주 잔고는 총 32조 원(약 213억 달러)에 육박한다.

특히 효성중공업의 주가는 5년 새 50배 이상 폭등했다.

조선업 분야는 글로벌 시장이 사실상 '한국 대 중국'의 양자 대결 구도로 재편된 가운데, 미국의 공급망 재편 기류가 한국에 거대한 기회가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세계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서만 16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신규 수주를 따냈다.

이는 작년 한 해 전체 수주량(7척)을 두 배 이상 뛰어넘은 수치다.

한국의 3대 조선사(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는 올해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191억 달러의 계약을 확보하며 지난해 전체 실적(363억 달러)을 가볍게 넘어설 기세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4월 수십 년간 고수해 온 '자국 내 군함 건조' 원칙을 깨고 한국과 일본에 군함 설계 및 건조를 아웃소싱하는 18억 5천만 달러 규모의 타당성 조사를 발표했다.

인프라·방산 전문 금융인 패트릭 한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통제권을 유지하려면 해군 및 상선 조선 능력이 필수적이며 이는 한국(특히 한국)과 일본을 필요로 한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과 아시아, 중동 전역에서 군비 경쟁이 촉발되면서 한국의 방산 수출 역량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산 무기가 서방 국가들의 무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납기 지연이나 까다로운 사용 제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올해 폴란드와 65억 달러 규모의 전투기, 로켓, 전차 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페루,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연이어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방산 섹터의 수출 수주 잔고는 지난 1년간 24% 급증하며 113조 3천억 원(약 755억 달러)을 돌파했다.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경제가 수입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고 높은 물가, 청년 실업 같은 과제를 안고 있음에도 현재 여러 경제 부문이 최적의 적기(스위트 스폿)를 맞이했다"며 "성장의 엔진은 여전히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화려한 랠리 뒤에는 뚜렷한 양극화와 장기적 생존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반도체와 방산이 제조업 성장을 독식하는 사이 철강과 석유화학 등 전통 산업은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의 저가 공세와 고유가 압박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

중소기업들 역시 임금 부담과 전기료 인상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과거 저가 제품을 생산하던 '싸구려 공장'에서 탈바꿈해 '첨단 기술 강국'으로 진화하는 것을 두고 한국 경제에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이미 기계, 배터리,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선두 지위를 중국에 빼앗긴 것으로 평가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에 대해 기술적 경쟁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산업들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한국은 현재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잃어가는 위험한 흐름에 직면해 있다"고 뼈아픈 경고를 남겼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론 자체가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진정한 원동력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 전문가 패트릭 한은 한국 기업 특유의 '반영구적인 위기의식(sense of paranoia)을 언급하며 "우리가 제자리에 멈춰 서는 순간이 한국 경제의 정점(Peak)이 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를 젓고 계속해서 달려야만 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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