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 이어 미래에셋·삼성자산도 공모주 확보 검토
패시브 ETF, 상장 전 편입 놓고 투자설명서 충돌 우려도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역대 최대 규모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스페이스X의 상장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당초 상장 이후 스페이스X 주식을 매수해 편입하려던 운용사마저 IPO 청약부터 참여해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만 공모주 방식으로 종목에 투자하는 방식이 기존 운용 원칙과 상충할 소지가 있고,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 편입 시점에 따라 투자 성과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스페이스X IPO 청약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일 IPO에 참여하면 스페이스X 주식을 공모가로 매수해 관련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할 수 있다. 최근 우주 산업 및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스페이스X의 성장 기대감이 큰 만큼, 주가가 상승한다면 상장 이후 매수할 때보다 투자자들에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의 공모주 청약을 지난 5일과 이날에 걸쳐 5억 달러 규모로 진행했다. 해당 청약은 전문투자자와 일반 법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모두 청약 물량이 조기 완판됐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 청약에 참여하고자 하는 운용사는 미래에셋증권 혹은 해외 주관사를 통해 공모주를 배정받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이스X는 오는 12일 나스닥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IPO 인수단은 총 20곳이고, IPO 규모는 750억~800억 달러(116조~131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국내 운용사가 IPO 단계부터 물량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국내 투자자들의 높은 투자 관심이 자리한다. 앞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스페이스X 청약에 참여해 물량을 확보한 뒤에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 등에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ETF에는 최근 한 달 동안 612억 원의 자금이 유입했다. 또 지난 5일 하루에만 145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다만 운용사 펀드나 ETF가 IPO에 참여해 포트폴리오에 해당 종목을 즉시 편입하는 방식이 투자설명서 혹은 운용 원칙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패시브 ETF의 경우 기초지수를 추종해 투자하는 원칙이 있기에 실제 상장하기에 앞서 특정 종목에 투자하는 방식이 패시브 운용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실제로 한투운용은 청약 물량을 편입하는 대상을 액티브 ETF로 한정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앞서 스페이스X 과장 광고가 한 차례 이슈가 되면서 당국에서 패시브 ETF는 패시브 (운용) 기준에 준해서 운용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공모주 참여는 이런 방침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운용사의 스페이스X에 투자하는 ETF의 투자설명서는 투자 유니버스에 대해 'NYSE 또는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보통주 가운데'로 한정하고 있어 상장 전 단계에 투자 방식의 청약에 참여하는 게 적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관련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관계자는 "(운용사의) IPO 참여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일부 운용사들이 관련 문의를 하고 있는 건 맞지만, 투자설명서에 따라 (판단이) 다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투자자에게 설명한 내용이 있는 만큼 어떤 종목을 어느 시기에 투자하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장 상황도 유의할 대목이다. 스페이스X 주가가 상장 직후에 급락할 경우 편입 예정인 상품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부터 시장이 크게 밀리면서 운용사들의 편입 전략도 약간 복잡해졌다"며 "(IPO 참여가) 투자설명서와 상충하는 부분은 없는 것 같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상장하다 보니 고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내 투자자의 스페이스X 청약으로 인한 외환시장 변동성도 변수로 거론된다. 투자자들이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경우 일시적으로 달러 매수 수요가 증가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1,550원 중반대까지 급등하며 금융위기 이후 고점을 경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페이스X 청약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외환당국을 통해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ybnoh@yna.co.kr
노요빈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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