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1조7천500억달러의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독일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전 세계 상장사 가운데서도 손에 꼽히는 몸값이지만 이를 현재 실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스페이스X의 적정 가치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형'인 이유도 이 지점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앞다퉈 청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 투자자들은 기업의 현재를 평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배당 등이 기업가치의 핵심 근거였다.
20세기 자본시장을 대표했던 GE와 IBM은 물론,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얼마나 많은 현금을 벌어들이는지, 자기자본 대비 얼마나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지를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판단했다.
PER(주가수익비율)와 PBR(주가순자산비율), ROE(자기자본이익률)은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기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의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의 경우 자동차 제조사라는 틀을 넘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오픈AI 역시 현재 수익 규모보다 AI 생태계를 이끌 역량이 되는 지 여부가 가치 산정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스페이스X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발사체 사업의 수익성이 아니다. 오히려 스타링크를 기반으로 한 위성통신망, 우주 물류 체계, 향후 데이터 인프라 시장 등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게 사고 있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최근 미국 시장은 기업의 현재 이익보다 특정 산업을 얼마나 오래 지배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스페이스X의 몸값에는 우주산업 자체보다 미래 인프라 사업자로서의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증시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네트워크 효과와 생태계 구축 능력이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고, 산업 전반의 표준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분위기다.
이는 최근 국내 증시의 화두인 코스피 1만과도 대비되는 대목이다.
국내 자본시장은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과제로 삼아왔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밸류업 정책 등을 통해 선진국 대비 낮은 평가를 정상화하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스페이스X 현상은 시장에 대한 인식부터 차이가 크다.
현재 가치가 얼마나 저평가됐는지가 아니라 미래 가치에 얼마의 프리미엄을 부여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서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코스피 1만 논쟁은 결국 할인율의 문제"라며 "한국 기업이 본래 받아야 할 가치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느냐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스페이스X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시장의 독점력에 미리 가격을 매겨보자는 논의에 가깝다"며 "현재를 재평가하는 것과 미래를 선반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과거 자본시장이 실적과 자산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네트워크와 생태계, 시장 지배력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스페이스X IPO는 현재의 글로벌 자본시장이 어떤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 산업의 승자에게 얼마나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jwon@yna.co.kr
정원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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