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글로벌 자본시장이 또 하나의 '블랙홀'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 2023~2025년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인 주인공이 인공지능(AI) 반도체였다면, 2026년 하반기에는 스페이스X가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기업가치 1조7천500억달러(한화 약 2천675조), 공모 규모 750억달러(약 114조6천억원)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단순 IPO가 아니라 하나의 유동성 이벤트에 가깝다.
월가에서는 이미 스페이스X가 AI 이후 첫번째 자금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의 관심은 스페이스X의 적정 기업가치에 머물지 않고 그 자금의 출처가 어디에서 나올지에 쏠리는 모양새다.
750억달러는 한국 증시 하루 거래대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규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국부펀드, 헤지펀드들이 기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고서는 소화하기 어렵다.
실제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대형 IPO를 앞두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특히 AI 랠리를 이끌었던 일부 기술주에서는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시장 상승을 이끌었던 엔비디아와 메타, 브로드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대형 기술주 일부에서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기관투자자들은 비상장 성장기업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스페이스X뿐 아니라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차세대 플랫폼 기업 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한 현금 확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종목 교체가 아니다.
지난 3년간 글로벌 투자자들은 AI 혁명의 수혜 기업을 찾는 데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AI를 가능하게 하는 기업보다 AI 시대의 인프라를 소유하는 기업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 기업인 동시에 위성통신 기업이다. 또 데이터 인프라 기업이며, 미래 우주 네트워크 사업자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단순한 로켓 제조사가 아니라 미래 플랫폼 사업자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자금 순환이다.
과거에는 신규 상장이 기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패시브 자금이 시장을 지배하는 현재는 이야기가 다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스페이스X가 주요 지수에 편입될 경우 글로벌 ETF와 인덱스펀드는 기계적으로 매수에 나서야 한다. 이는 능동적 판단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수급이다"며 "결국 스페이스X IPO는 상장 첫날부터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미 스페이스X 상장이 '포트폴리오 재편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페이스X 상장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스페이스X 상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우주기업의 증시 입성이 아니다. AI가 만들어낸 유동성이 다음 목적지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며 "2020년대 중반 엔비디아가 자금의 블랙홀이었다면, 2020년대 후반에는 스페이스X가 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결국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로켓이 아니다"며 "750억달러의 자금이 움직일 때 글로벌 투자 지형이 어떻게 바뀌는지, 스페이스X라는 기업이 자본의 흐름 자체를 어떻게 바꾸려 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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