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에 증권사들의 발행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기업어음(CP)·전단채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증시 활황기에 늘어난 신용공여에 더해 내부 자금 수요 등을 단기자금시장 조달로 대응한 여파다.
여기에 금리 인상 경계감이 더해지면서 시장의 소화 부담이 커지고 있다.
◇투심 위축에도 증권사 조달 꾸준…금리 상승 압력
9일 연합인포맥스 'CP/전단채 발행통계-증권사'(화면번호 4720)에 따르면 전일 증권사가 발행한 CP·전단채 잔액은 101조4천707억원에 달했다.
해당 지표는 지난 2일 100조원을 돌파한 후 지난 5일 102조9천112억원까지 치솟았다.
전일 기준 KB증권이 12조9천780억원의 잔액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기록했다.
뒤이어 한국투자증권(12조4천300억원), NH투자증권(10조6천560억원), 키움증권(10조1천97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증권사 CP·전단채 발행 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사들은 증시 활황에 따른 개인 투자자의 빚투 열풍 속에서 조달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 소진 등으로 관련 수요가 주춤해지긴 했으나 내부 자금 수요로 CP·전단채 순발행 기세가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준금리 인상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단기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점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그동안 CP 등의 단기물 시장은 다소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시장이 빠르게 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다"며 "시중에 유동성이 없다기보단 이를 반영하면서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여기에 CP·전단채 발행에 나선 증권사들이 물량 소화를 위해 금리를 더욱 끌어올리는 실정이다.
연합인포맥스 'CP/전단채 유통-건별체결'(화면번호 4740)에 따르면 'A1' 증권사가 찍은 3개월물 전단채는 지난 1일 기준 3.05~3.15% 금리로 발행 당일 유통시장에서 거래됐으나 전일에는 3.30% 수준을 보였다.
'A1' 증권사의 1일물 전단채 금리는 4%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전일 한국투자증권(A1)이 발행한 1일물 전단채는 당일 시장에서 4.10% 금리에 소화됐다.
자산운용사의 채권 관계자는 "전일에도 증권사들의 발행세가 계속됐다"며 "'A1'의 6월 만기물이 3.30% 정도에 발행되는 가운데 높은 건 3.70%까지 찍혔다"고 전했다.
이어 "소화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급등하니 그 뒤의 만기물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춤해지는 소화 여력…단기 유동성 대응력 주시
단기자금시장에서의 조달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리 인상을 둘러싼 경계감이 지속되는 환경인 데다 오는 10일 지준일을 앞둔 터라 수급 역시 녹록지 않다.
앞선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속 인상이나 빅스텝을 이야기하는 외국계 하우스마저 있다 보니 단기금융시장의 투자 심리가 안 좋을 수밖에 없다"며 "곧 지준일인 터라 은행 쪽 매수도 나오지 않아 이번 주는 타이트한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증권사의 조달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수급 부담을 높이는 요소다.
IB 업계 관계자는 "증시 관련 개인 신용 이외에도 증권사가 내부적으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며 "조달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투자자들의 요구 금리는 높은 상황이라 적정 금리에 대한 논의 속에서 겨우 차환을 넘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시장 소화 능력이 위축되면서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단기금리 급등 사태가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금은 과거와 같은 유동성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앞서 2020년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 사태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증권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물을 찍어내면서 금리 급등을 야기한 바 있다.
다행히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금리를 높이면 조달이 가능한 환경이지만 증권사들이 시장 소화 능력을 초과해 물량을 쏟아낼 경우 단기 금리를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사태를 촉발할 수도 있어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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