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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의 파인앤썰] '그림의 떡'에 그친 역대급 성장

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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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한국 경제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수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총생산(GDP)도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데도 정작 한국 경제가 좋아졌다고 체감하는 곳은 일부 반도체 대기업에 그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우리나라의 수출은 877억5천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53% 늘었고, 올해 들어 5월까지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1천1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기록한 연간 최대 무역수지 흑자 952억달러를 5개월 만에 넘어선 성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GDP(잠정치)도 전 분기에 비해서 1.8%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보였던 마이너스(-) 0.2%의 역성장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2020년 3분기 기록한 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증가율은 전년대비 3.8%에 달한다. 또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9.2%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수출품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전반적인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이런 성과가 주식시장으로 이어져 코스피도 작년 말 4,200 수준에서 8,000선을 넘나들고 있다.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글로벌 반도체 주가 조정 등에도 코스피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80%에 달한다. 다른 국가의 주가지수 상승률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그러나 화려한 경제 성과에도 가계의 실질소득이나 체감경기는 여전히 뜨뜻미지근하다. 수출이 급증하고 GDP가 증가하고 있으나, 고환율과 고물가 등이 맞물리면서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탓이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 1분기 가계의 실질소득은 월평균 462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명목소득에서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소득은 거의 개선되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1분기 실질소득 중 근로소득은 같은 기간 1.7% 줄었다. 겉으로 보이는 경제 성과와 달리 가계 주머니 사정은 여전히 팍팍하다.

고성장의 열매가 가계의 주머니 사정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이 물가와 환율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도 물가를 자극할 불안 요인이 국내외에서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나 올랐다. 지난 2024년 3월의 3.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환율마저 1,500원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탓이다. 특히 달러-원 환율은 작년 말 1,430원대에서 1,500원대 초중반을 기록하면서 100원이나 치솟았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가계에도 부담을 가중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에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에 대해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일견 맞는 말이다.

다만 고성장을 통해 수익을 올린들 비용이 그 수익보다 커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떤 경제주체도 버티기가 어렵다. 지금처럼 환율 상승이 당연시되면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지금은 물가와 환율 관리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게 달성한 한국 경제의 고성장도 국민들의 삶과 무관한 한낱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융합실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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