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진입 노렸던 신한운용·NH증권은 고배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신민경 기자 = 국내 첫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중퇴기금·푸른씨앗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선정 경쟁에서 기존 운용기관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이 나란히 수성에 성공했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8일(운용사)과 9일(증권사) 이틀에 걸쳐 업권별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 결과,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 두 회사를 푸른씨앗 제2기 전담운용기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양사는 이번 주 중 공단 점검단의 실사를 거쳐 다음 달 초 위수탁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업무는 9월부터 개시한다.
이들은 1기 전담운용기관이기도 하다. 2022년 7월 선정돼 올해 8월 말까지 약 4년간 중퇴기금을 맡아 운용하기로 돼 있다.
운용사에서는 신한자산운용이, 증권사에선 NH투자증권이 새롭게 도전장을 냈지만 기존 주간사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
종합평점을 살펴보면 운용사의 경우 삼성운용 92.915, 신한운용 91.685로 집계됐다. 정성 평가에서 신한운용이 소폭 앞섰으나, 정량 평가에서 삼성운용이 1점 넘게 격차를 벌리면서 최종 점수에서 우위를 점했다.
부산지방조달청에서 진행된 PT 당일에는 이례적으로 삼성운용과 신한운용 각 사 대표가 직접 배석해 화제를 모았다. 그만큼 이번 입찰에 대한 각 사 의지가 강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종합평점 90.761)도 NH투자증권(90.079)을 1점 미만의 차로 근소하게 앞섰다. 정성평가가 반영된 기술평가점수에서 승부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자문서비스에서는 NH투자증권이 소폭 앞섰지만 배점이 큰 펀드관리능력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우위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제도 운영 전반에서 근로복지공단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이번 재선정을 계기로 가입 대상 확대와 IRP 도입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 더 많은 근로자가 노후 준비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푸른씨앗 선정은 새로운 금융사의 진입 가능성이 기대됐던 사업이다. 공단이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조달청 입찰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조달청 평가위원시스템을 활용하면, 분야별 무작위로 등록된 조달청 소속 전문위원들이 평가한다.
주간사가 바뀌는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신규 응찰 기업들이 선방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1점 안팎의 '박빙 승부'를 펼쳤단 점에서다.
다만 한때 증권업계 OCIO에서 압도적 선두주자였던 NH투자증권에는 특히 이번 탈락이 뼈아픈 대목이다. 회사는 지난해 수십조원 규모 대어인 연기금 투자풀 입찰에 사모 라이선스 자격을 갖추지 못해 응찰조차 못 했고, 지난달에는 14조원 규모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기금의 OCIO에도 탈락했다. 주택도시기금의 기존 주간사였던 NH투자증권으로선 주요 공적을 잃어 타격이 컸다. 이번 푸른씨앗에서도 고배를 마시면서 시장 내 입지가 위축된 모습이다.
푸른씨앗은 근로복지공단이 중소기업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해 운영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이다. 2022년 9월 출범한 이 기금은 회사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으로 조성된다. 퇴직급여 지급분 등을 차감한 자금을 기초로 운용되고 있다. 적립금 규모가 작고 운용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개별적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 사업장으로선 가입 유인이 높다.
공단은 기금 돈을 더 전문적으로 굴리기 위해 외부 투자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식(OCIO)을 택했는데, 4년마다 증권사와 운용사 총 두 곳을 선정해 왔다.
근로복지공단이 자체 추계한 바에 따르면 푸른씨앗의 적립금은 올해 1분기 기준 누적 1조6천285억원 수준이다. 2023년 4천734억원에서 적립금이 3배 넘게 불어난 셈이다.
운용 규모는 해마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은 가입 대상인 중소기업의 범위가 '30인 이하 사업장'으로 제한됐지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다음 달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내년부터는 '1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점층적으로 확대돼서다. 다음 달부터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등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푸른씨앗의 가입자부담금 계정에 가입할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이다.
실제 올 1월 기준 전국 사업장 3만6천432곳의 근로자 16만6천357명이 가입 중으로, 가입자 수가 2024년 말 대비 사업장은 56.8%, 근로자는 53.3% 증가했다.
공단은 푸른씨앗의 적립금 예상 운용 규모가 내년 3조4천416억원, 2028년 5조3천435억원, 2029년 7조9천95억원, 2030년 11조2천616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푸른씨앗은 4년 전만 해도 '계륵'처럼 여겨졌던 사업이었으나 그 사이 기금형 퇴직연금이 점층적으로 확대 도입되면서 푸른씨앗의 입지가 크게 확대됐다"며 "향후 퇴직연금 사업자 행보를 염두에 둔다면 트랙레코드(운용경력)로서 가장 매력도가 높다"고 짚었다.
mkshin@yna.co.kr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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