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트, 삼성전자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착수
정부도 '영업이익 n% 성과급' 주총 결의 의무화 검토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가까스로 파업 위기를 넘겼지만, 성과급 합의를 둘러싼 후폭풍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임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노사 합의에 소액주주들이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 데 이어, 정부도 이른바 '영업이익 n% 성과급'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성과급 논쟁은 더 이상 노사 테이블 안에 머물지 않고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임직원과 주주, 미래 투자 재원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둘러싼 주주권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액트, 삼성전자 주주명부 열람 소송 착수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10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삼성전자에 주주명부 열람을 처음 요청한 이후 이달 3일과 5일 두 차례 공식 이메일로 교부를 재차 청구했지만, 삼성전자가 기한 내 회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액트는 소송을 통해 주주명부를 확보하는 즉시 1만명 이상의 주주에게 우편물을 발송하고, 소액주주를 결집해 '영업이익 n% 성과급'에 대한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액트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주주 1만4천721명이 액트에 참여해 총 1조6천억원 규모의 주식 인증을 마친 상태다.
액트는 삼성전자가 노사 협약에 따라 임직원에게 지급할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도 개정 상법 취지에 비춰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미 체결된 노사 합의에는 새 법률이 소급 적용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주주들이 법 개정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삼성전자는 회사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중대한 이익 배분 결정을 주주에게 묻지 않았다"며 "삼성전자가 주주총회라는 공론의 장을 스스로 열어준다면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의 주총 의무화라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를 둘러싼 소액주주 반발은 단순한 온라인 여론전을 넘어 법적 절차로 옮겨붙었다. 주주명부 확보는 향후 주주제안, 주주서한 발송, 집단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첫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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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주총 결의 의무화 검토
정부도 관련 제도 정비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 노사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할 경우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자동차, 조선, 정보기술(IT) 등 주요 업종으로 확산하자 최소한의 법적 방어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자본시장법이나 상법, 노동조합법 등에 관련 조항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법제화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만으로도 산업계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성과급은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다뤄지는 보상 문제로 여겨졌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성과급 재원으로 떼어내는 방식은 일반 임금 인상이나 일회성 격려금과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기업 초과이윤 배분 논쟁과 관련해 "노동자의 기여도 있고, 회사 투자자의 몫도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또 영업이익 일부를 떼어 배분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커질 경우 해외 유력 기업의 국내 투자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가 특정 기업의 노사 합의를 직접 문제 삼은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 발언과 법제화 검토 움직임은 주주권 보호와 기업 경영 자율성에 무게를 둔 메시지로 해석된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노사 합의가 주주권 논쟁으로
논란의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에 잠정 합의했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도로 반도체 부문의 성과를 추가 배분하는 구조다. 적용 기간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장기간 요구해 온 성과급 제도화의 성과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 속에서 DS 부문 임직원의 기여를 별도로 보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져 왔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시각은 다르다. 주주들은 성과급 지급 자체보다 '영업이익 10.5%'라는 사전 할당 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기업의 핵심 경영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이를 주총 승인 없이 노사 합의만으로 배분하는 것은 사실상 주주 몫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 대표 국민주다. 수백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에게 이번 합의는 단순한 임단협 타결이 아니라 회사 이익 배분 구조의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계도 같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회원사에 배포한 특별 권고안을 통해 기업 이익 배분은 노조법상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투자, 고용, 연구개발, 배당, 재무구조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다.
재계가 특히 걱정하는 것은 선례 효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이 제도화되면 다른 업종 노조들도 같은 요구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자동차, 조선, IT 업종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기아와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노조도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5%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며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삼성전자, 주주 설득 새 과제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복잡해졌다.
노사 합의로 당장의 파업 리스크는 낮췄지만, 이번에는 소액주주 반발과 법적 분쟁 가능성이라는 새 리스크가 떠올랐다. 정부가 주총 결의 의무화 방안을 실제 법제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존 노사 합의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물론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회사의 초과이익에는 임직원의 노동 기여가 반영돼 있으며, 성과급은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반도체처럼 장시간 근무와 기술 경쟁 압박이 큰 산업에서는 인재 유지를 위해서라도 성과 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있다.
문제는 보상의 방식이다. 성과급을 줄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노사 합의만으로 사전 배분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 됐다.
이번 논란은 한국 대표 기업의 이익 배분 공식이 더 이상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은 임직원 보상과 주주환원, 미래 투자 사이의 균형을 요구받고 있다.
액트의 소송 착수와 정부의 법제화 검토는 그 균형추가 주주권 보호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가 산업계 전반의 보상 체계와 주주자본주의 논쟁을 흔드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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