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지정학적 리스크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막대한 공급 차질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하락세다.
예상보다 빠른 수요 파괴와 중국의 수입 수요 급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누적되는 재고 감소 충격으로 인해 향후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11일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막대한 공급 차질 속에서도 비자발적인 수요 파괴가 유가를 억누르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4월 초 종가 기준 배럴당 113달러대의 고점을 기록한 뒤, 4월의 임시 휴전과 5월의 휴전 연장을 거치며 9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홍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있어 석유 재고가 급격히 감소 중임에도 유가가 하락하는 첫 번째 원인으로 '예상보다 크고 빠른 수요 파괴'를 꼽았다.
그는 "당초 수요 파괴는 배럴당 120달러 이상의 유가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사상 유례없는 운송 차질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가격 급등 이전에 수요 파괴가 선행했다"며 "가격이 올라서 수요 파괴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 공급 감소로 인해 비자발적인 수요 할당이 일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요 파괴는 평균적으로 하루 400만~500만 배럴(bpd)로 추정되며,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요처인 아시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중국의 저조한 수입 수요'를 들었다.
이란 전쟁 이후 중국의 원유 수입은 이전 12개월 평균 1천200만bpd에서 5월 기준 800만bpd로 급감했다. 약 400만~500만bpd의 원유 수입 감소가 수요 파괴 효과를 가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 연구원은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 원인은 2025년의 막대한 비축 재고 활용과 구조적인 석유 수요 감소"라며 "지난해 중국은 전략 비축을 통해 2.6억 배럴을 늘려 총 13.4억 배럴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4개월 이상 가용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전기차 보급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구조적인 감소세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유가 안정세와 달리 재고 감소의 충격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홍 연구원은 "이란 전쟁 발발 전 200만bpd의 공급 과잉이 현재의 공급 부족을 완화하고 있으나, 전체 석유 시장의 재고는 약 400만~700만bpd의 속도로 감소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업적 재고가 월간 4천만~5천만 배럴씩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계속될 경우 현재 26억5천만 배럴 수준의 재고는 4분기 24억 배럴 미만으로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비선형적인 유가 급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국제에너지기구(IEA)의 4억 배럴 비축 재고 방출도 7~8월경 종료될 예정인 만큼 석유 시장의 충격이 계속 누적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