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교수 인터뷰
"닥사 자율규제, 강제력 한계…상장·내부통제 등 핵심 구조는 법제화해야"
[사진: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가상자산 시장은 이제 '자율에 맡길 것인가, 규제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 법으로 정하고, 어디부터 업계 전문성에 맡길 것인가'의 문제로 넘어갔습니다."
자금세탁 및 가상자산 분야 전문가인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가상자산 업계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 등 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있는 그는 "닥사(DAXA)의 자율 규제가 초기 시장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제도권 편입을 앞둔 지금은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바로 '강제력' 부재다. 닥사가 여러 규제 틀을 마련했음에도, 공동의 약속을 깬 거래소에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운영위원회 의결권 제한 등에 그친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자율규제에서 법제화로의 전환이다. 법이 최소한의 기준과 책임 구조를 정하고, 닥사는 세부 실무 기준과 시장 감시 기능을 보완하는 이중 구조다.
황 교수는 "상장·상장폐지, 내부통제, 공시, 이해상충 방지, 사고 대응은 법제화하고, 기술적·운영적 세부 기준은 자율규제가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 길목 법으로 통제하되 'RBA' 적용해야"
이러한 법제화의 최우선 타깃은 거래소의 '내부통제'다. 예탁부터 청산, 상장 심사까지 모든 권한을 쥐고 있음에도 외부 감시 장치가 부족한 거래소를 더 이상 자체 심사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논리다.
황 교수는 "심사 자료 보존 의무화, 외부 전문가 검증, 이해관계자 배제 등 명확한 사후 책임 구조가 법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무조건적인 옥죄기에는 선을 그었다. 통제를 촘촘히 할수록 탈중앙화라는 가상자산 본연의 가치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가상자산은 철저한 익명성이라기보다 가명(假名)에 가까워 누구의 것인지 모를 뿐 추적은 다 된다"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현금화하려면 결국 규제를 받는 중앙화된 거래소를 통과해야 하므로, 이 길목만 제대로 통제해도 최소한의 감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론으로 그는 '위험기반접근법(RBA·Risk-Based Approach)'을 제시했다. 획일적인 규제 대신 거래의 위험도를 기준으로 삼아 규제의 강약을 조절하자는 취지다.
황 교수는 "반복적 쪼개기 거래를 하거나 고위험 국가, 믹서, 다크넷과 연계된 거래는 물론, 거래 당사자가 과거 자금세탁 범죄에 연루된 적이 있는지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며 "이런 위험 신호가 있는 거래는 소액이라도 트래블룰과 의심거래보고(STR)를 정확히 적용해 차단하고, 반대로 저위험의 단순 일회성 송금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국경 없는 범죄, '규제 역차별'과 '보안 양극화'부터 풀어야
해외 사업자와의 '규제 역차별' 해소도 시급한 과제다. 최근 미신고 해외 거래소들이 앱 마켓을 통해 우회적으로 국내 이용자를 끌어모으면서, 규제를 촘촘히 준수하는 국내 사업자만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국내 이용자를 상대로 영업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며 "한국어 마케팅 등 사실상의 국내 영업을 펼친다면 신고·고객확인(KYC)·트래블룰 의무를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강제해야 시장의 형평성이 맞다"고 답했다.
법제화 과정에서 국내 중소형 거래소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보안 양극화'를 막는 정부의 실질적 지원도 촉구했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해킹과 자금세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막대한 인프라 비용을 개별 기업에만 떠넘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황 교수는 "시장 전체의 안전망을 고도화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기술·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산업 육성형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황 교수가 그리는 가상자산 법제화의 청사진은 '산업의 정상화'에 맞닿아 있다.
규제가 생태계를 옥죄는 수단이 아니라, 전통 금융권 수준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성장통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제는 선언적인 테두리를 넘어,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교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현장에 뿌리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bhjeon@yna.co.kr
전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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