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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섭의 소비통] 다시 백화점의 시대

2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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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명소로 거듭날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신세계스퀘어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솔직히 말하면, 백화점이 이렇게까지 잘될 줄 몰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어느 정도 호황은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매출액이 빨리 늘어나고 있다고 놀라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백화점은 온라인에 밀리고, 마트에 치이고, 코로나까지 얻어맞고 다시 살아남아 질주하고 있다. 지금 백화점 3사의 기존점 매출은 두 자릿수로 뛰었고, 명품관 앞에는 이른바 오픈런이라 불리는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백화점이 끝났다는 이야기는 3번 정도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2010년대 이커머스의 부상, 그리고 코로나19였다. 그때마다 백화점은 살아남았다. 아니, 오히려 강해졌다는 표현이 맞다.

2000년대 들어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갔고, 코로나 이후엔 하늘길이 막히자 해외 명품 소비가 백화점으로 집중됐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 2023년에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지금 네 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번에는 구조가 조금 다르다.

과거의 호황은 국내 소비자가 이끌었다. 1990년대는 중산층의 과시 욕구가, 2000년대는 내수 성장이, 코로나 이후엔 보복 소비가 엔진이 됐다. 지금은 세 개의 엔진이 동시에 돌아가는 구조다. 주식시장과 외국인 관광객, 명품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신세계[004170]의 백화점 기존점 매출 증가율 전망은 25%, 현대백화점[069960] 16%, 롯데쇼핑[023530] 14%다. 롯데쇼핑 본점의 1분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92% 급증했고 비중은 23%까지 올라섰다. 신세계와 현대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이미 7~8% 수준이다. 2분기엔 신세계·롯데 모두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정학적 구조가 소비 지도를 바꿨다는 점도 흥미롭다. 중국의 한일령으로 올 1분기 한국의 중국인 입국자 수는 전년 대비 29%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중국인 입국자 수는 55% 감소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도쿄 긴자 대신 서울의 강남을 택했다. 1990년대 일본인 관광객이 명동을 싹쓸이하던 장면이 중국인 버전으로 재현되고 있다.

주가가 백화점 매출을 움직이는 구조는 이번 호황의 가장 독특한 특징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이 강남 백화점 VIP 매장으로 직행하고 코스피 랠리로 자산이 불어난 투자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모든 상황이 백화점에 우호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과거의 전성기는 모두 끝이 있었다.

이번 호황의 주춧돌 중 하나가 코스피라는 사실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주가가 오르면 백화점이 웃고, 주가가 꺾이면 소비 충격은 더 크게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신용융자잔고 등 레버리지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조정 국면에서는 자산 가격 하락과 채무 부담이 동시에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했다. 지금, 이 거울에는 주가 차트와 인바운드 통계가 함께 반영돼 있다. 이번 전성기가 얼마까지 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올해 내내 좋을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보는 것 같다.(산업부 차장)

msbyun@yna.co.kr

변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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