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일본은행(BOJ)이 2027년 4월 이후 국채 매입 감액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향후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 BOJ는 금융정상화 과정에서 국채 시장 기능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지만, 최근에는 장기금리 급등을 억제하고 시장 안정을 유지하는 데 보다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10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BOJ는 오는 15∼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2027회계연도 이후 국채 매입 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채 매입 감액은 내년 1∼3월 월 2조1천억엔 수준까지 축소된 뒤, 같은 해 4월 이후에는 추가 감액을 중단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으로는 국채 매입 감액 속도를 조절하는 조정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BOJ 내부의 정책 우선순위 변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BOJ는 2013년 대규모 양적완화 이후 10여년간 장기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에 2023년 말에는 BOJ의 보유 국채가 581조로 정책 시작 전보다 6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채권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크게 약화했다는 점이다.
이에 우에다 가즈오 총재 취임 이후에는 왜곡된 시장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고 보유 잔액을 축소하는 양적긴축(QT)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BOJ가 주목하는 대상은 시장 기능 회복보다 시장 안정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3일 강연에서 "국채 시장은 본래 기대되는 기능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채 금리가 크게 움직이는 현상 자체를 시장 기능 회복의 결과로 해석한 것이다.
다만 그는 동시에 민간 투자자들이 BOJ가 보유하던 국채를 흡수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채 시장 안정 확보도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시장 기능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논리에서 한발 물러나 국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 일본 국채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주요국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적극적 재정정책 확대 기대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적극 재정 기조가 강화되면서 향후 국채 발행 증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BOJ가 국채 매입 감액을 지속할 경우 국채 수급 불안이 심화돼 장기금리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이번 검토안은 BOJ가 금융정상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국채 시장 불안은 억제하려는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국채 매입 감액이 중단되더라도 BOJ의 보유 국채는 계속 감소할 전망이다. 과거 매입한 국채의 만기 상환 규모가 신규 매입 규모를 크게 웃돌고 있어 보유 잔액은 향후에도 연간 40조∼50조엔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BOJ가 양적긴축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시장 기능 정상화보다 시장 안정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이와증권의 미나미 다케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BOJ가 시장 안정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출처: 연합뉴스 사진 제공]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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