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발 자산 양극화·AI는 소득 양극화…"자산불평등 커지면 생산성 떨어져"
"무주택·청년층, 경제 내 위상 하락…거시경제적 비용 초래"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한국 경제가 가계의 자산격차 심화와 소득격차 재확대가 맞물리는 복합 양극화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활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생산적 자산 형성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 성장 엔진을 다양화하는 등 단순 소득 보전 이상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 영향(이재호 차장·김민정 조사역·곽법준 팀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순자산 지니계수(0=완전평등, 1=완전불평등)는 2017년 0.584까지 하락했다가 2025년 0.625로 상승했다.
한국은행
한은은 과거 우리 경제 양극화가 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가계소득 격차에 기인했으나, 이제는 자산시장 성장과 기술 변화가 만든 복합적 문제로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자산 양극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다. 부동산 보유 가구와 미보유 가구 간 실질 순자산 격차가 부동산 가격 변화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며 확대됐다면서다.
한은은 "생애 주기상 주택 취득 시점의 차이로 인해 부동산을 주로 보유한 세대와 경제활동 초기에 있어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한 세대 간 자산 불평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지역별 주택가격 편차로 지역 간 자산 격차도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청년층 내에서는 소득이 높지만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해 자산 형성 사다리에 오르지 못하는 계층이 증가했다. 미국 등에서 '헨리(HENRY·High Earners, Not Rich Yet)'로 불리는 계층이 국내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또 한은은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급격한 기술 발전이 새로운 소득격차를 유발한다고 짚었다.
한은은 "최근 급속한 AI 전환 과정에서 정보기술(IT)과 비IT 산업 간 성장 차별화가 확대되며 그간 정부의 재분배 정책에 힘입어 개선돼 온 소득 양극화가 재심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과거 정규직·비정규직 고용 형태에 따라 주로 나타나던 임금격차가 산업 간에 부각되고 있는 점은 최근 소득 양극화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AI와 로봇 기술 발전이 저소득층이나 경력 초기 단계 청년층의 직무를 대체하며 소득격차를 추가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소득격차 확대가 자산 양극화를 더욱 공고히 하고, 이것이 '복합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며 무주택·청년층의 경제 내 위상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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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가계 양극화가 단순히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상당한 거시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먼저 양극화 심화는 생산성 하락을 초래한다. 자산 불평등이 확대될수록 경제주체들이 기술개발과 혁신 대신 자산가격 변동에 집중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하락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하락한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120개국 국가패널 데이터를 활용한 동태패널 분석 결과 상위 10%의 자산점유율이 1%포인트(p) 상승할 경우 2년 뒤 총요소생산성(TFP)이 0.16%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 10%의 순자산 점유율은 2022년 43.0%에서 2025년 46.1%로 상승했는데, 위 분석을 적용하면 우리 경제도 이러한 이유에서의 생산성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특히 한은은 한국의 경우 부동산 중심 자산 보유와 고령층의 자산 잠김 현상이 자원 비효율 문제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은은 양극화가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청년 가계의 여력을 제약해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고도 짚었다.
고소득·고자산 가구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충격에 대한 가계 전반의 완충력도 약화한다. 이 계층의 경우 변동성이 큰 재량재 지출 비중이 높아 충격 발생 시 경기 진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하락하면 경제주체 간 사회적 신뢰가 약화하고 세대 간 갈등까지 초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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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진단에 기반해 한은은 부동산 중심의 가계 자산구조를 개선하고 생산적 자산 형성 기회를 확대해 경제 전반의 자본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호 한은 차장은 "채권이나 주식 등 생산적 자본에 좀 더 자금이 들어가고 순환해 우리나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은은 기술 발전의 성과가 경제 전반에 확산할 수 있도록 재분배 체계를 재설계하고, 인적자본의 기술 적응력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비IT 산업에도 과감하게 투자해 경제 성장 엔진을 다각화하려는 노력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곽법준 한은 팀장은 "IT 부문은 중간재의 수입 비중이 높다 보니 성장하더라도 수입으로 빠져나가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 부분의 국내 생태계를 더 구축하면 IT 부문의 성과가 국내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선과 방산, 원전 등 비IT 핵심 산업에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준다면 IT 부문 못지않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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