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윤은별 기자 = 한국가스공사[036460]의 전국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설비 중 상당수가 쉬고 있다. 그럼에도 조 단위의 대규모 설비 신설을 강행해 과잉 투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외형 확장에만 매달려 지정학적 공급망 안보 위기 같은 굵직한 현안 대처에 늦을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1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총 5개 생산기지(평택·인천·통영·삼척·제주)의 평균 가동률은 38.3%를 기록했다. 삼척기지는 50%를 넘겼지만, 제주기지는 28.5%까지 떨어졌다. 가스 집중 사용기인 겨울철을 지나면서도 생산능력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는 기지가 다수다.
[출처: 한국가스공사]
지난해 연간 평균 설비 가동률은 27.2%에 불과했다. 설비의 70% 이상이 1년 내내 놀고 있는 구조적 효율성 저하를 드러냈다.
기존 설비의 유휴화에도 가스공사는 당진에 새로운 LNG 기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1단계 건설(총투자비 1조7천784억원)에는 지난 분기까지 이미 1조5천547억원이 투입됐다. 2단계에도 733억원이 들어갔다. 오는 2029년까지 9천억원의 추가 자금 집행이 예정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가동률이 부진한데도 수조원대 인프라를 추가 신설하는 행위가 고정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의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른 국책 사업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과제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 시기를 이연하거나 규모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유연성이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크다.
문보경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미 충분한 수준을 넘어선 저장 능력과 향후 수요 감소 전망을 고려할 때, 당진 LNG 터미널 3단계 확장은 명분 없는 예산 낭비"라며 "과잉 저장 용량은 터미널의 저활용과 직결되는 만큼, 추가 설비 확충은 에너지 안보 강화가 아니라 비효율적인 인프라 비대화이자 좌초자산 리스크를 키운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수요는 겨울에 높고 여름에 낮은(동고하저) 편차가 큰 특성이 있다"며 "단순 연평균 값으로 산출된 가동률이 아닌, 동절기 피크수요에 대응해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설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내실 부진이 동반된 채 몸집만 커지면 급변하는 외부 불확실성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가스공사의 핵심 도입선인 카타르 LNG가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고 이라크 사업 역시 선적 리스크를 맞았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 공급망 안보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 국면에서 가스공사가 최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으로 내놓은 정량적 리스크 관리 목표는 전무하다. 위기 상황을 타개할 구체성 없이 '수급관리 체계 고도화'라는 정성적 선언만으로 대처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바닥을 치는 설비 가동률 때문에 설득력은 더욱 떨어진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공시를 봐도 기존 설비 가동률이 바닥인데 수조원대 건설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공기업 특유의 방만한 타성"이라며 "상장사로서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주주들에게 알리지 못한다는 것은 자금 이탈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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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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