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30조 삼성전기도 국내선 '자격 미달'…해외서 먼저 2배 상품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되고, 미국에서는 삼성전기·현대자동차까지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시가총액·거래대금 등 엄격한 규제 요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만 허용된 것과 대조적이다.
◇런던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3배 ETP 상장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런던증권거래소에는 삼성전자 3배 롱 ETP(티커 SMG3)와 SK하이닉스 3배 롱 ETP(티커 HNX3)가 상장된다.
한국 개별 주식에 3배 레버리지 노출을 제공하는 상품이 글로벌 시장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상품은 런던에서 미국 달러(USD)로 거래되지만, 익스포저는 한국거래소의 원화 선물시장을 통해 구현된다. 일일 손익은 원화로 정산된 뒤 런던 시간 오전 7시 30분(한국시간 오후 3시 30분) 기준 환율로 달러 환산돼 순자산가치(NAV)에 반영되는 구조다. 인버스 상품 없이 롱 3배만 출시됐다.
해당 상품을 출시하는 레버리지셰어즈의 옥타이 카브라크 전무는 "이번 상품은 유럽 시장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ETP를 소개하는 의미 있는 분기점"이라며 "글로벌 투자자의 한국 시장 수요 확대에 초점을 둔 상품 라인업"이라고 밝혔다.
◇미국서도 줄줄이…삼성전기·현대차 2배 ETF까지 SEC 제출
미국에서도 한국 주식 기반 레버리지 ETF 등록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대형 ETF 운용사인 프로셰어즈(ProShares)는 최근 한국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2배 레버리지 ETF 3건의 등록 서류를 SEC에 제출했다.
프로셰어즈가 지난 4월 21일 제출한 '울트라 SK하이닉스(Ultra SK hynix)'는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어 이달 4일에는 '울트라 삼성전기(Ultra Samsung Electro-Mechanics)'와 '울트라 현대(Ultra Hyundai)'를 동시에 제출했다.
삼성전기와 현대차는 국내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종목이다. 국내 규제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종목의 레버리지 상품이 미국에서 먼저 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 셈이다.
프로셰어즈 외에도 렉스셰어즈(REX Shares)가 'T-Rex 2X 롱 SK하이닉스 데일리 타겟 ETF'를 SEC에 제출했고, 엑스이티에프(xETFs)도 지난달 한국 AI 반도체 밸류체인 10~25개 종목으로 구성된 바스켓 ETF와 이에 대한 2배 레버리지 버전을 SEC에 제출했다. 투자 대상에 메모리·로직 반도체 제조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부품·기판·패키징까지 포함돼 있다.
◇국내는 시총 10%·거래대금 5%…삼전·닉스 2배만 허용
한국에서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허용됐으나, 기초자산 대상 종목은 금융투자업규정 시행세칙에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이 되려면 ▲3개월간 코스피 평균 시가총액 비중 10% 이상 ▲3개월간 코스피 평균 거래대금 비중 5% 이상 ▲주요 신용평가기관의 투자적격 등급 이상 ▲3개월 평균 주식선물·옵션 거래대금 비중 파생상품시장 내 1% 이상 등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레버리지 배율도 ±2배가 상한이다.
현재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개뿐이다. 올해 주가가 급등하며 시총이 130조원대까지 불어난 삼성전기조차 코스피 시총 비중이 2% 수준에 그쳐 국내 기준으로는 대상이 될 수 없다.
반면 미국은 SEC 등록 절차만 거치면 종목에 대한 제한 없이 개별 주식 레버리지 ETF 출시가 가능하다. 통상 2배 수준이다.
영국도 금융행위감독청(FCA)의 승인 체계 아래 제한 없이 유연하게 운용된다. 3배 상품도 출시가 가능하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주식 기반 레버리지 상품이 확산하면서, 국내 투자자 자금의 해외 유출 구조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당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위해 대상 종목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향후 대상 종목 확대 여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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