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국민연금이 연일 선물환 매도를 통한 환 헤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상당 기간 헤지를 지속하며 달러-원 환율을 끌어내렸던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국민연금 환 헤지 가동의 파급력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8일 선물환 매도를 재개한 뒤 전날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외환당국과 외환스와프를 통해 환 헤지를 이어온 국민연금이 고환율 국면이 펼쳐지자 연초 이후 중단했던 선물환 매도에 다시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출회하기 시작하자 시장의 상단 경계감도 높아졌다. 국민연금 환 헤지가 유발하는 하방 압력을 앞서 체감한 바 있어서다.
시장 참가자들의 뇌리에 유독 깊게 박힌 것은 지난해 초 가동됐던 전략적 환 헤지다.
당시 국내 정치 불안으로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향해 뛰자 국민연금은 선물환 매도 등을 통해 환 헤지를 단행했다.
1,45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달러-원 환율은 전략적 환 헤지가 5개월여 이어지는 동안 1,350원 부근까지 떨어졌다.
국민연금은 환 차익을 확보했고 내려가던 원화는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시장 참가자들은 작년 초 국민연금의 매도 물량이 시장을 뒤흔들 만큼 컸고 지속성 면에서도 파장이 컸다고 회고한다.
국민연금이 환 헤지에 나섰다는 소식만으로도 환율 상승 기대가 주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후 국민연금의 환 헤지 전략은 조금씩 진화해왔다.
작년 말 수급 쏠림 심화로 달러-원 환율이 위를 향하자 국민연금은 다시 외환당국과 외환스와프, 선물환 매도에 나서며 환 헤지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다만, 발동 조건은 달라졌다. 전략적 환 헤지는 발동 요건을 충족하면 기금운용위원회 검토를 거쳐 기계적으로 실행되는 구조였다.
문제는 이로인해 시장이 환 헤지 레벨을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점이었다. 특정 레벨까지는 환율이 올라도 국민연금이 나서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확고해져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관계 당국은 전략적 환 헤지의 탄력적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유연하게 환 헤지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환 헤지 발동 레벨을 추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헤지 결정의 절차 역시 간소화한 것이다.
당국의 적극적인 쏠림 제어와 함께 병행된 국민연금 환 헤지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 달러-원 환율 상방 압력을 효과적으로 상쇄했다. 안정을 찾아가는 환율에 선물환 매도도 멈췄다.
그러나 지난 5월 시작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투매 행렬에 환율이 1,500원선을 뚫고 올라가며 상승세를 이어가자 국민연금은 고점 인식을 갖고 또다시 헤지에 나서기 시작했다.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가 마련된 이후 처음으로 가동된 선물환 매도 헤지다.
지난 4월 구체화한 뉴프레임워크에는 환 헤지 비율을 기본 15%로 종전 대비 5%포인트 이상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환 헤지 여력을 확대하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위해 전략적·전술적 헤지 비율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헤지 발동 요건도 추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는데 이는 관계 기관들이 의도한 바다.
앞선 사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연금 환 헤지는 한번 시작되면 일정 기간 계속된다는 점이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당 기간 유지되는 '상수'가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최근 시작된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 역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헤지 발동 및 중단 요건, 규모 등이 베일에 싸인 채 당분간 달러-원 환율을 짓누르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국민연금 환 헤지 비율을 구체적으로 추정하기 어려워졌다"면서 "헤지할 여력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환율 수준은 헤지하기 좋은 레벨"이라고 평가했다.
ywshin@yna.co.kr
신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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