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식시장이 뜨겁다.
코스피는 올 초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고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 열기도 식을 줄 모른다.
증권사들은 역대 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주식 관련 파생상품, 대고객 RP, CMA 잔고가 모두 사상 최고치다.
그런데 이 호황의 이면에서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증시가 달아오를수록 단기자금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머니무브는 올 초부터 본격화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와 증시 급등이 맞물리면서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MMF 잔고는 260조원 내외로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반적인 유동성은 오히려 넘치는 상황으로 보이는 데 증권사들의 역대급 자금 조달 수요는 단기 자금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영업이 잘될수록 증권사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진다는 것이 배경이다.
고객의 주식 매수를 지원하는 신용융자, 파생상품 거래에 필요한 증거금, 대고객 RP와 CMA 운용까지 모든 영업에 자금이 따라붙는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 29일 38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월 이후 증권사가 주도하는 기업어음(CP) 발행이 빠르게 늘어난 이유다. 증권사들이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을 긁어모으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인 유동성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면서도 "빚투는 일부분인 것으로 보이며, 증권사의 주식이나 연계거래 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나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증권사의 공격적인 사업으로 자금조달이 '범피 로드(bumpy road·울퉁불퉁한 길)'를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성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단기 자금에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자금 유입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금리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로 변동성 장세 속에 증시 대기 자금도 최근 크게 줄었다.
지난 10일 기준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127조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 140조원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4거래일 만에 13조원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증권사의 막대한 자금 수요는 단기자금시장의 공급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지난 10일 1일물 레포 가중평균 수익률이 2.806%로 치솟았고, 일부 중개사에서 최고 15% 거래가 체결됐고, 10%대 거래도 상당했다.
지준일과 스페이스X 청약, 메리츠스팩 청약, 국고채 원리금 상환 등 이벤트가 겹친 탓도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이벤트가 소화된 다음날인 11일에도 레포 최고 체결금리는 5%를 나타냈다. 레포금리 이상 급등은 이미 지난 9일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선 거래에서는 3%가 최고 금리였다. 지준일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거래일 한국남부발전이 발행한 75일물 전자단기사채 발행금리는 4.30%였다.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지난 18일 발행한 67일물이 2.950%였던 점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세가 다소 가파르다.
하나증권은 29일물을 4%에 발행했고, 한국투자증권은 1일물을 무려 4.7%에 발행했다.
신한투자증권은 19일물을 4%에, NH투자증권은 7일물을 3.9%에, 부국증권 1일물은 4.1%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식의 그야말로 발행 폭주다.
증권사 자금 수요 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이 금리 인상 사이클에 진입한 것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대형증권사들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쓸어가면 중소형 증권사나 신용도가 더 낮은 발행주체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는 구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더 문제다.
대형사의 공격적 자금 조달이 시장 전체의 리스크를 키우는 구조다.
반기말이 다가오고 있다. 분기말마다 자금시장은 유동성 비율 등을 맞춰야 해서 계절적으로 타이트해진다. 올해는 거기에 증권사발 구조적 수요 팽창이 더해져 있다.
시장이 반기말 자금시장을 우려스러운 눈으로 보는 이유다.
증시 호황은 분명 좋은 일이다.
다만 그 호황이 단기자금시장에 새로운 구조적 부담을 얹고 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의 현기증 나는 활황이 만들어낸 역설, 지금은 소화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경제부 시장팀장)
smjeong@yna.co.kr
정선미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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